부자가 삼성전자 주식 살 때 수퍼리치는 애플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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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이폰 써보니 좋더라고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면 주가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애플 주식을 사면 어떨까요? 비싸지 않을까요?”

 이모(56)씨가 지난달 초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강남 센터장을 찾아 이렇게 물었다. 그는 금융자산만 50억원이 넘는 ‘수퍼리치’다.

 “1억~2억원 정도만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어요. 승률은 괜찮은 편이고.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이 히트칠 때, 제가 먹어보니 얘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회사 주식을 샀죠. 30% 벌었죠. 그리고 주변에 뭐가 있나 보니 아이폰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씨가 애플에 관심을 가진 까닭이다. 그는 일명 ‘피터 린치식 투자’로 요즘 재미를 봤다. 피터 린치는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2700%의 수익을 올린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주식 투자를 위해선 증권사가 아니라 마트를 찾아라’며 생활 속의 투자를 강조한 게 피터 린치식 투자법이다.

 조 센터장은 이씨에게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의 흐름은 일명 ‘TGIF(Twitter·Google·iPhone·Facebook)’라 불리는 4개의 브랜드가 선도하고 있다”며 “한번 사면 5년 이상 사용하는 TV나 컴퓨터와 달리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1~2년 만에 교체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애플 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는 입장이었다(실제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의 애플 전문기자 필립 엘머 드윗은 3일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5868억 달러인 애플의 시가총액이 2014년까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당 1000달러꼴이다. ).

 내친김에 조 센터장은 스타벅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2014년까지 중국 커피 소비시장이 세계 2위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찾기 힘들었던 스타벅스가 이젠 동네마다 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첫 해외 주식 투자라 신중하던 이씨를 마지막으로 움직인 건 세금이다. 그는 금융소득만 4000만원이 넘는다. 올해는 일명 ‘버핏세(연소득 3억원 초과, 최고 세율 38%)’ 신설로 세금도 걱정이다. 그런데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거기서 얻은 수익은 금융소득이 아니라 양도소득으로 구분된다. 세율이 22%다. 세금이 없는 국내 주식보다는 못하지만, 종합소득에 이익이 합산되는 다른 금융상품보다는 낫다.

  이씨는 애플을 545달러에 1억원어치, 스타벅스는 49달러에 5000만원어치를 샀다. 한 달 새 15%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조 센터장은 “부자가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산다면 이미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는 수퍼리치는 애플을 산다”며 “최근 국내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는 수퍼리치가 분산투자 차원에서 해외 주식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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