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삼성 대형 아몰레드TV 기술, LG가 빼돌렸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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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제품은 CES 측으로부터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사진 블룸버그]

삼성의 핵심기술이 해외와 경쟁사에 유출되기 직전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5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대형 아몰레드(AMOLED) TV 제조기술을 빼돌린 이 회사 전직 수석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SMD 전·현직 연구원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SMD의 대형 아몰레드TV 개발 총책임자였던 조씨는 2010년 11월 LG디스플레이(LGD) 인사팀장으로부터 “연구원 5명과 같이 LGD로 이직하면 임원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퇴사했다. 이후 조씨는 경기도 파주에 디스플레이 컨설팅 업체를 차린 뒤 1억9000만원을 받고 LGD의 협력사에 제조공정 같은 비밀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조씨는 지난해 12월 LGD 측이 팀장급으로 격을 낮춰 입사할 것을 제의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중국 업체 BOE로의 이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몰레드TV 개발기술 백서를 만들어 중국에 넘기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조씨가 LGD 협력사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지만 컨설팅 비용을 LGD가 지불했고 조씨가 제공한 기술과 자료들이 SMD 근무 당시 개발 과정에서 연구했던 내용들”이라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불구속 입건된 10명은 LGD와 LGD 협력사에 입사하거나 SMD에 근무하면서 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제조공정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대형 아몰레드TV 기술은 SMD가 4년에 걸쳐 연구원 500여 명, 연구비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아몰레드를 휴대전화용 같은 소형으로만 생산하던 한계를 넘어 TV용 등 대형 디스플레이로도 생산할 수 있다. SMD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뒤 올해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SMD와 LGD는 이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SMD 측은 “OLED 개발에 실패해 양산에 애를 먹던 LGD가 투자 대신 기술 훔치기를 택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최고 경영진이 성의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촉구했다. 심재부 SMD 상무는 “이번 일로 세계 OLED 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시장의 3분의 1만 잠식당해도 피해 규모는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D 측은 “인력 이동 현상을 SMD가 경쟁사 흠집내기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방수 LGD 전무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두 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력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최근 3년간 LGD에서 타사로 전직한 연구원의 숫자가 30여 명에 달하지만 LGD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하는 OLED는 삼성의 기술과는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의 기술을 빼 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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