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환율 급등에 따른 손익 긴급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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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으로 무역, 해운, 항공 등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계는 손익을 긴급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1천166.80원으로 전날보다 0.70원 떨어진 상태에서 오전장을 마감했으나 급등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수출업체와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 조선, 섬유업계 등은 환율이 상승하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그러나 수출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환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환율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수입 비중이 높은 정유, 유화업계와 연료 소비가 많은 항공, 해운업계 등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수출업계= 산업자원부나 한국무역협회 등은 단기간 원화 환율 급등은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 무역 담당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현재로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수출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도 원화가 10% 하락하면 수출물량은 그 해 4.29%, 다음해 2.14%, 그 다음해 0.72% 등 3년간 7.15% 늘어나 총 20억달러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 수입물량은 그 해에만 2.3%(28억달러) 감소, 따라서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3년간 총 4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환율이 일정 이윤을 유지하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적정환율(달러당 1천190원)이나 손익분기점 환율(1천98원)보다 낮아 타이어, 섬유.직물, 가죽.혁제품, 생활용품 등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출혈수출'이 불가피했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환율 상승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환율이 완만하게 오를 경우 수출업계에 도움이 되겠지만 급등락을 거듭하는 불안기류가 지속되면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국자본 이탈 등으로 이어져 이익이 될 게 없다'며 '환율의 안정성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수출 비중이 삼성전자 67.7%, 삼성SDI 83.7%, 대우전자 80% 등으로 높은 전자업계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경쟁력도 높아지고 특히 수출 비중이 100%에 가까운 반도체의 경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우전자 관계자도 '환율 급등으로 수출경쟁력 제고와 함께 달러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급등세가 단기간에 끝난다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그러나 수출 경쟁국인 일본, 대만의 환율도 동반 상승, 효과가 반감되고 있고 반도체장비, 핵심부품 등의 수입 단가도 치솟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섬유업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섬유업계 역시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료가격 상승분을 수출 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던 섬유업체들은 환차익을 통한 채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단기간에 급격한 수출실적 신장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올해 섬유류 수출은 사상 최대인 185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자동차업계= 수출 비중이 90%를 넘는 조선업도 환율 급등의 수혜자로 꼽힌다.

동원경제연구소 등은 원-엔 환율이 10.5대 1 수준을 유지할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은 건조 비용에서 일본업체보다 15-20%의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계약후 환율이 상승한데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영업이익률 역시 연초 추정치보다 높은 11%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업계도 환율이 1% 절하될 때마다 가격경쟁력 확보로 수출물량이 평균 0.88%씩 늘어난다고 판단, 환율 상승 기조를 수출 확대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유화업계=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 원유와 나프타 등 원료의 원화 기준 수입가격도 높아져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화를 기준으로 한 원유 도입비용이 늘어나게 되지만 석유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환율 상승분 만큼 쉽게 올릴 수 없는 형편이어서 자체 흡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타= 원재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달러화 차입금도 많은 철강업계는 비용상승 요인이 생기고, 대규모 연료 소비업종인 전력산업과 항공.해운업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동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연료비는 지난해 순이익의 20%가 넘는 3천억원이 늘어나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항공.운송업종도 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이익이 14억-2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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