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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4.11] 서울 양천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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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길정우(左), 차영(右)

서울 양천갑은 이른바 ‘강남벨트’에 준하는 곳으로 통한다. 1992년 14대 총선 이후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가 20년간 내리 당선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길정우(57) 후보와 민주통합당 차영(50) 후보가 일대일로 맞붙은 4·11 총선 초반부에선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총선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아나운서 출신으로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데다 2년 이상 이곳 당협위원장을 지내 유권자에게 상대적으로 낯익은 차 후보가 먼저 달아나고 길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었다. ‘도전자-추격자’ 구도가 뒤바뀐 셈이다.

 언론인 출신의 길 후보는 이곳의 3선 현역이자 이명박계로 분류돼 온 원희룡 의원의 추천을 받고 공천을 받았다. 또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안명옥 전 의원의 남편이다. 당내 양대 계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차 후보는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의 직계로 분류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지난달 7~8일 차 후보(28.1%)가 길 후보(23.0%)를 앞섰다. 그러나 약 한 달 뒤인 지난 2일엔 40.1%(길 후보) 대 37.4%(차 후보)로 길 후보가 2.7%포인트 차의 백중우세였다.

 승부의 관건은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많이 거주하는 이곳에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이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야당이 5전6기를 하게 될지, 여당이 연승을 이어갈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두 후보는 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차례로 출연해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차 후보는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은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며 “박근혜(선거대책위원장) 대표도 이명박 정권과 공범”이라고 공격했다. 길 후보는 “과거 정부 때부터 관행처럼 돼온 이런 문제는 여야를 떠나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며 “(야권을 향해) 이미 역풍이 부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부상 투혼’도 화제다. 길 후보는 유권자와 악수하다가 다친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차 후보도 이상저온 탓에 손에 동상을 입었고 왼쪽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두 후보는 트위터에 이런 악전고투(惡戰苦鬪) 상황을 적어놓았다. “압박붕대를 감은 손이지만 많은 분들이 거리감 없이 악수를 해주십니다”(길 후보), “동상 걸린 손, 할머니 손처럼. 발은 걸을 때마다 통증 ㅎㅎ”(차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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