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매장에서 향수·시계도 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왼쪽부터 벤츠 가방, BMW 시계, 폴크스바겐 스키보드.

경기도 분당의 BMW 전시장에는 ‘BMW 백화점’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661㎡(약 200평) 규모 매장의 3분의 1을 옷·시계·가방 등이 채우고 있다. 지난해 9월 매장 리모델링을 하면서 자동차 대신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대폭 늘렸다. 진열장이 있는 공간 중간에 소파를 놓아 백화점 VIP 고객 전용 라운지 같은 분위기를 갖췄다. 백화점처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피팅룸을 구비했고, 계절마다 컨셉트를 정해 진열대를 꾸미기도 한다.

이 매장의 생활용품 월평균 매출은 1000만원이 넘는다. 분당 전시장의 장준익 팀장은 “5년 전엔 자동차 이외의 것을 전시하면 고객들이 몹시 낯설어했다”며 “이젠 순전히 BMW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돌아보려는 목적으로 전시장을 찾는 고객이 많을 정도로 문화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가 자동차뿐 아니라 생활용품 판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지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뿐 아니라 자동차 브랜드와 관련된 문화를 향유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을 즐기는 이들이 매장에서 할리데이비슨 브랜드의 가죽 점퍼와 부츠, 선글라스를 찾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수입차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일상생활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노출시켜 수입차를 더 대중화하겠다는 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있다.

 가장 공격적인 생활용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다. 아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두루 갖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사 브랜드 제품으로 꾸밀 수 있게 한 것이다. 와인 오프너, 쿠키 자르는 칼 등과 같은 주방용품도 판다.

 벤츠는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제품을 만든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향수는 프랑스의 향수 제조사와 협업해 만들었다. 벤츠가 추구하는 내면의 부드러움과 외면의 카리스마를 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겐조의 ‘아무르’, 돌체 앤 가바나의 ‘라이트 블루’ 등을 만든 세계적 향수 제조자 올리비에 크레스프와 함께 작업했다.

 BMW의 다양한 생활용품 중에서는 가장 잘나가는 것은 어린이용 자동차다. BMW 측은 “어린 자녀를 둔 계층 중에서도 BMW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자기가 타는 차를 아이도 몰게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예 자사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제품군을 특화해 내놓는 곳도 있다. 랜드로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각종 아웃도어 용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캠핑용 매트와 의자, 보온병 등이 베스트셀링 제품이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인 미니의 경우 트렌치 코트, 후드 재킷과 같은 패션 의류와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 폴크스바겐은 스키보드부터 양말·모자까지 어린이용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연비 좋은 가족용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