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갑옷, 화살에도 안 뚫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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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종이공예가 오석심씨가 한지로 만든 갑옷들과 표면에 조개껍데기를 붙이는 나전칠기 기법을 접목한 한지 그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일본 문화의 시조로 숭앙받는 백제시대 학자인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 갈 때 『논어』와 『천자문』뿐만 아니라 한지도 가져가고 이를 만드는 기술자인 지장(紙匠)도 데려갔다고 전해진다. 그가 태어난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의 유적지에 왕인전통종이공예관이 있는 이유다.

 영암군이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은 왕인전통종이공예관을 맡아 운영 중인 한지공예가 오석심(55)씨가 왕인문화축제에 맞춰 공예관에서 3일 개인전을 개막, 다음 달 말까지 계속한다. ‘한지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답게 다양한 한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줌치 한지로 만든 하얀색 갑옷과 염색 후 옻칠을 한 진한 갈색 갑옷. 줌치는 한지에 물을 뿌린 다음 다시 한지를 얹기를 반복하고 치대 섬유질끼리 엉겨 붙이고 두껍게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줌치 한지는 가볍고 공기가 통하면서도 화살에 뚫리지 않을 만큼 강해 옛날에 갑옷이나 방한복의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종이찰흙으로 형태를 빚은 다음 표면을 금이 가는 크랙 기법으로 마감해 마치 도자기 같은 조명등, 겉에 닥나무 껍질을 붙인 뒤 옻칠을 해 나뭇결이 뚜렷한 항아리도 전시한다.

모두 다 30년 이상의 한지작업 노하우·관록과 예술적 감각, 정교한 끈기가 엿보인다. 오씨는 “새로운 시도들을 해 봤다. 작업과정을 설명해 주지 않으면 한지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작품이 적지 많다”고 말했다. 전시 문의 061-470-2543.

 왕인전통종이공예관이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에서는 6~9일 ‘왕인박사 일본 가오’를 주제로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 광주역과 광천동 버스종합터미널 건너편에서 하루 1회 영암 투어 버스가 출발한다. 선착순으로 40명이 탈 수 있다. 버스비는 받지 않고, 점심과 체험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축제 및 투어 버스 문의 061-470-2349. 또 유적지 안 영암도기박물관에서 6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도예가 10명이 영암의 랜드마크인 월출산을 상징하는 달을 소재로 한 달항아리 작품 전시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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