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어떤 회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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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비용 4천만원, 직원 6명-.

9년 전 박병엽 부회장은 경기도 부천시에 있던 10평짜리 집을 담보로 잡혀 받은 대출금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끌어 모은 돈을 보태 팬택을 세웠다. 사무실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월세로 냈다.

그 팬택이 대지 7천2백평짜리 김포 공장과 여의도에 연구개발센터를 따로 두고 있고, 종업원이 5백80명인 초대형 벤처기업이 됐다. 朴부회장은 "회사가 커지다 보니 요즘은 벤처아닌 대기업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고 말한다.

첫 사업은 무선호출기(삐삐) 로 시작했다. 대기업의 참여가 없었던 데다 통신혁명의 조류를 타고 반년마다 사무실을 확장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팬택의 전기(轉機) 는 1998년 찾아왔다. 97년부터 호출기 사업을 정리해 가면서 LG의 이동전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으로 생산해 오다 ''모토로라'' 라는 세계적 파트너를 만나게 된 것.

2001년 5월까지 OEM 계약을 맺은 것은 물론 20%의 지분 투자까지 받아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올해 팬택의 매출액은 3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으론 92년 3월 영상기기와 위성수신용 셋톱박스를 만드는 팬택미디어에 이어 97년 3월엔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인 팬택네트를 설립했다.

지난 4월엔 朴부회장 개인 지분으로 한국할부금융을 인수, 팬택 여신투자금융으로 사명을 바꿔 모두 4개 계열사를 갖게 됐다.

지난 13일엔 그동안 등촌동(CDMA 부문) 과 김포(GSM 및 IMT-2000 부문) 에 분산돼 있던 기술연구소를 여의도로 통합.이전해 ''여의도 시대'' 를 맞았다.

등촌동과 김포에 나눠져 있던 재경본부 일부와 임원실.감사실 등도 여의도로 옮겼다. 팬택은 현재 1백40여명인 연구원을 2백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팬택의 성장은 국내 이동통신 부문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호출기로 시작해 비록 퀄컴에서 핵심칩을 들여와 가공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신상품을 자체 개발하고 디자인해 수출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번 모토로라와의 계약을 자체개발 모델 주문자생산방식(ODM) 으로 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또다른 단말기 생산 OEM업체인 텔슨전자도 노키아와 상당한 물량의 ODM 계약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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