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허 재, `제2의 전성시대' 예고

중앙일보

입력

`농구 9단' 허 재(36.삼보 엑서스)가 불혹을 눈앞에 둔 나이도 아랑곳않고 펄펄 날아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불의의 교통사고에 이은 손가락부상, 무릎부상 등 온갖 부상을 다 겪어본 허 재는 올시즌이 시작하자 마자 특유의 오기를 발동해 소속팀을 6강고지까지 올려놓아 대스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중앙대-기아자동차 전성시대를 합작했던 김유택(37)이 체력저하로 유니폼을 벗고 전담코치로 전업하자 올시즌 개막직전 허 재에게도 비슷한 의문이 쏟아졌던 것이 사실.

본인도 부상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듯 "체력이 부족해 팀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하는 대신 연습삼아 시범경기에 나선다"고 말해 그에게 기대를 거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허 재는 전성기 못지 않은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농구팬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허 재는 올시즌 6연승행진을 벌인 삼성 썬더스와의 18일 원주경기에서 32분동안 37점을 터뜨린 것을 비롯 5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상대팀을 농락했다.

삼성의 주득점원인 문경은을 무득점으로 꽁꽁 묶어버리는 등 수비에서도 큰 몫을 단단히 해냈다.

허 재는 이날 자유투 14개를 추가해 정규리그 자유투성공 500고지(513개)에 올라섰고 어시스트, 스틸, 리바운드 등에서 전성기에 못지 않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록 뿐만 아니라 과감한 골밑 돌파로 상대방 수비를 허물어뜨리고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현란한 드리블과 정교한 송곳 패스로 후배들의 득점을 도와주는 성숙한 기량을 보였다.

허 재의 원맨쇼에 힘입은 삼보는 센터 모리스 조던이 발목부상으로 결장한 상태에서도 식스맨까지 고루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며 독주체제를 선언한 삼성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삼보는 허재의 활약으로 3연패 수렁을 벗어날 수 있었고 용병 조던이 부상에서 조기복귀하고 양경민-신기성의 외곽슛만 제대로 터져준다면 4강플레이오프 진출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재는 "나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면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한다"며 "골밑만 보강된다면 올시즌 정상도전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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