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건 MB정부 작성 … 노 정부 2200건은 거의 경찰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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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과 KBS새노조(제2 노조)가 현 정부의 불법 사찰 자료라고 밝혔던 2619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중 약 420건은 현 정부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2200여 건은 노무현 정부 때 경찰에서 주로 만든 자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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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자료는 지난주 민주통합당 등의 폭로로 공개된 상태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점검1팀은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정태근·남경필·김유정 의원,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김인규 KBS 사장 등에 대한 뒷조사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점검1팀 조사 대상에는 또 공직자와는 관계가 없는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 H산부인과, J학원 이사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 간부와 불륜녀와의 행적을 세세하게 기록한 자료까지 발견됐다. 이에 대해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1차 수사팀은 1일 “당시에 이미 모두 조사했던 사안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2600여 건 중 현 정부 자료는 121개 사안, 자료 건수로는 420건이 전부”라며 “이 중 110여 개 사안은 총리실이 사찰할 수 있는 대상들이었고 다른 사안들도 공무원 범죄와 연관성이 있거나, 단순 풍문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힘든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자료들이 ‘BH(청와대)하명 사건’으로 분류되면서 청와대의 불법 사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나머지 2200여 건은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검찰 등에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2200여 건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문건 내용은 경찰 관련 자료들이었고 이 중 1000여 건 이상이 경찰 내부 자료였다. 여기에는 ‘2003~2007년까지의 총경 이상 경찰관들의 동향’ 자료와 ‘하급 직원 특진’ ‘경찰 인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 정책이나 인사 등과 관련된 언론 보도들을 모아놓은 자료와 경찰관 복무 동향, 경찰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 등을 모아놓은 것들도 있었다.

 경찰 내부 감찰 관련 자료들도 상당수 발견됐다. 우선 2006년 고위직 경찰 등 경찰 내부 동향과 이들에 대한 감찰 내용을 기록한 자료가 70여 개였고, 2006년과 2007년 경찰관 관련 재판 현황 자료들과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 관련 자료들이 480여 개에 달했다. 앞서 민주당 등은 “현 정부가 무궁화클럽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민주당 등이 자료의 제작 시점을 착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6년 서울지방경찰청과 울산지방경찰청 동향 자료들도 230여 건 발견됐다.

 노동조합이나 기업 등과 관련된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들의 보고서들을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들도 있었다. ‘현대차 전주공장’ ‘전공노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 투쟁 관련 동향’ ‘화물연대 동향’이라는 제목의 노조 관련 자료들은 모두 2007년 1월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불법 다단계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이유그룹과 관련해 78개의 자료가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자료는 김기현(43)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USB에 들어 있는 것이다. 부산 동성고와 경찰대(9기) 출신인 김 전 조사관은 총리실(2009~2010년)에서 일하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과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곳에서 노동조합 동향 분석과 경찰 내부 비위 점검 업무를 담당했다. 김 전 조사관은 총리실 파견 근무를 마친 뒤 경찰로 복귀해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을 수사하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3과에 소속돼 있다.

 실제 2200여 건 중에는 김 전 조사관의 개인 자료들도 상당수 있었다. 성과관리, 초과근무와 관련된 자료들이 20여 건씩 있었고, 형사소송법 관련 자료들과 외국의 경찰제도를 정리해둔 자료들도 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619건의 자료가 모두 현 정부에서 작성됐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글=박진석·박성우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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