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락 “2006년 넉 달간 유력 대권후보 사찰” 문재인 “책임 가리려는 비열한 물타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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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빈 기자]

4·11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전·현 정권의 난타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뿐 아니라 1일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까지 나서서 ‘사찰’을 주제로 뒤엉켜 싸웠다.

 먼저 야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와 일전을 벌였다.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사찰 기록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이라고 반격하자 문 후보는 트위터에 “그야말로 막가자는 것이다. 잘됐다. 불법 사찰 전체 문건을 한 장도 남김없이 다 공개하라. 어떻게 뒷감당할지 보겠다”고 재반격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 이 문제를 잘 아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하루 뒤인 1일, 이례적으로 문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박에 나섰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오후 4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 등 정치인·민간인 네 명의 이름을 적시한 뒤 “이분들은 민간인이나 정치인이 아닌지 문 후보에게 질문 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개 질문하듯이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8월부터 넉 달 동안 유력한 대권 후보(이명박 대통령 지칭) 주변에 대해 광범위한 불법 사찰이 벌어진 사실이 법원에 의해 인정됐는데도 문 후보의 말대로 정당한 사찰이었는지 궁금하다”면서 다시 한번 문 후보를 겨냥했다.

 최 수석의 간담회에 앞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나서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민간인·정치인 사찰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들과 국무총리실까지 총력 동원된 건 그만큼 상황 인식이 긴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일 경남 김해시 연지공원에서 김해을에 출마한 김경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가 김수진]

 이에 경남 지역을 지원하던 문 고문은 유세를 중단하고 오후 4시 경남 김해의 한 카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응수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놀랍게도 지금까지 사실도 밝히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다가 ‘사찰 문건의 80%가 참여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며 ‘물타기’를 하고 나섰다”며 “정말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태도이고, 비열한 작태라고 분노해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MB정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그 자료들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활동자료가 아니라 경찰에서 만든 정보보고를 취합한 자료들”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가리고 호도하려는 비열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의 사례로 든 ▶현대자동차 노조 동향 ▶화물연대 관련 보고서 ▶전공노 동향 보고서 등도 “불법사찰에 관한 자료가 아니고 일선 경찰의 정보보고, 통상활동, 직무범위 내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문 고문과 청와대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으로 대응 방향을 잡았다. 박 위원장은 부산 유세에서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 현 정권 할 것 없이 사찰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께 힘을 드려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했다”며 “이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본인이 사찰 피해자임을 하루에만 일곱 번이나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남경필 의원 등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은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정권 당시 실세 총리였던 한명숙 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등은 불법사찰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세균(서울 종로) 후보 등 서울·경기·인천 지역 후보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를 열었다. 한 대표는 “불법사찰이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다는 박 위원장의 말은 아버지(시대)로부터 (사찰이)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박 위원장을 비난했다.

 한 대표는 오전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특별기자회견’에선 “박 위원장이 2년 전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졌을 때 침묵·방조한 것은 권력의 범죄를 은닉·방조한 것”이라며 “더러운 정치와 한 통속이었으면서 단절 운운하는 것은 자신만 살아보겠다는 비겁한 꼼수정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야당의 사찰 난타전

- 29일 KBS 새노조, “(현 정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치인·언론인·공직자 상대로 한 사찰 보고서 2619건 입수했다”

- 30일 오전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대한민국 2600여 명이 무차별 사찰당했다.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

- 31일 오후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2600여 건 중 2200여 건은 노무현 정부 것이다”

- 31일 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노무현 정부 때엔) 조사심의관실에선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상상도 못했다”

- 1일 오후 2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정계·민간인에 대한 동향 보고는 과거 정부의 조사심의관실에서도 이뤄졌다”

오후 3시 박영선 의원 “(2200건은) 공직기강 잡기 위한 보고서다. 감찰과 민간인 사찰 구별 못한 건 어리석은 일”

오후 4시 최금락 수석 “2003년 김영환 의원 등 참여정부 시절 다수의 민간인 사찰했다. 이들은 민간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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