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두산그룹 지휘봉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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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박용만(57) ㈜두산 회장이 두산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에 박 회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박 회장은 박용현(69)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박 전 회장은 이사회에서 “2009년 취임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뒤 물러나 사회공헌활동에 좀 더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경영체제가 안정됐고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성장시키는 데 최적임자가 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두 형제의 바통 터치로 두산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다시 정착되는 모양새다. 박용현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4남이고 박용만 회장은 5남이다. 두산그룹은 박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80) 명예회장, 2남인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 그리고 3남인 박용성(72) 두산중공업 회장이 번갈아 가며 그룹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2005년 박용오 회장이 박용성 회장의 그룹회장 추대에 반발하면서 형제경영 체제가 와해됐다.

 이후 계열사 CEO들이 공동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었으며, 2009년 3월 박용현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형제경영 시스템은 부활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박용곤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도 “박용만 회장의 선임은 큰 틀에서 형제경영의 안정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박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이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용만 신임 그룹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두산그룹을 소비재 기업에서 인프라지원사업(ISB)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미국 중장비 기업인 밥캣의 인수를 실무적으로 주도했다. 두산그룹은 98년 매출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정보기술(IT) 기기를 국내 출시 전에 미리 사서 사용해보는 ‘얼리어답터’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애용한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82년 두산건설에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음료, 동양맥주, ㈜두산 전략기획본부, 두산인프라코어 등에서 일했다.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다음 회장직 에 대한 예상이 벌써 나온다. 특히 이날 두산 총수 일가 4세 중 유일하게 박정원(50)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두산의 주식 5.29%를 갖고 있다. 두산그룹 일가를 통틀어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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