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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복지 망국? 나라 살리는 길이 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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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도서출판 부키
424쪽, 1만4900원

영국 시인 T S 엘리어트가 말한 ‘잔인한 4월입니다’. 2012년 4월, 제19대 총선도 치러집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요. 세상이 어지러워 보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4월 주제는 ‘바로보기’입니다. 불투명한 경제, 숨막히는 경쟁, 불안한 마음을 헤쳐나갈 지혜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주고받은 토론을 정리했다.

 세 저자는 습관처럼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밖에 모르기 때문에 당신은 그렇게 말하는 거야.” 시장에서 탈락해 빈곤의 늪에 빠진 사람들만 골라 겨우 밥 굶지 않을 정도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은 미국식 복지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나 18세기 유럽의 복지관에 정체된 사람들이 하는 소리란다. 그러고 보면 이런 주장이 귀에 익다. 지나친 복지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복지 늘리면 경제가 망한다, 왜 생산은 않고 분배만 하려 드느냐…. 복지가 성장을 가로막고, 재정을 망가뜨리며, 반기업적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들이라면 책을 중간에 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복지 공약을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복지는 피하기 어려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저자들은 묻는다.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가 신자유주의 성향이 농후한 다보스포럼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설문조사에서 매년 1~5등을 차지하는 것을 어찌 볼 것인가. 또 이런 나라들의 성장률이 신자유주의를 숭배하는 웬만한 나라보다 높다는 사실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장은 복지가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생산과 분배를 선순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재벌 해체, 공기업 민영화, 금산분리 등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분’으로 표현된,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자와는 확연히 다른 관점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세금은 ‘빼앗기는 돈’ 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복지 지출은 ‘공짜’가 아닌 ‘공동구매’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비판자들은 “복지가 만병통치약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에 완전히 동조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잡지식의 ‘살’을 붙이는 데는 그만이다. ‘알프스의 요새’ 스위스를 지키는 건 군인이 아니라 농민이라거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노조 대표가 금융통화위원회에 들어가 있다는 등 미국 아닌 유럽의 복지 선진국에 관한 토막 지식이 곳곳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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