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글로벌 ‘건설대전’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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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공발주 물량이 적은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예상보다 더하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 상황도 좋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건설업 성장률이 2010년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해 -5.6%를 기록했고 올해도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수주량은 올해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건설사들의 대응은 극과 극이다. 새로운 도전을 자제하고 기존의 것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이번 기회에 조직을 새로 정비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도모하는 기업도 있다. 모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로운 비전’ 타깃 설정=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조직을 추스르는 기업이 많다. 목표가 분명하면 현재의 어려움은 극복해야 할 과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올 초 ‘비전2020’을 발표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이는 2020년까지 중장기 성장 전망을 구체화한 것이다.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화다. 해외 매출 비중을 70%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주 35조원, 매출 27조원 규모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당장 해외 수주목표를 작년과 비교해 68% 늘어난 9조9000억원으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일류 건설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에만 100억 달러 이상 수주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기존 중동·북아프리카 중심의 시장에서 범위를 넓혀 아프리카·CIS·중남미 등지로 수주지역을 확대해야 한다. 사업도 원전·신재생·오일샌드 등 신성장 동력과 민자발전(IPP) 및 LNG 관련 사업,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시설 개발, 해외부동산 개발 등으로 다각화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핵심상품을 글로벌 일류화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정했다. 초고층·발전플랜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23개의 전략 분야를 글로벌 상품으로 육성해 든든한 성장기반으로 진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직정비’ 전진기지 설립= 새로운 비전으로 무장한 건설사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정비작업도 적극 펼쳤다. 대부분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한 것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해외개발사업실과 해외영업실, 플랜트기획실 등 7실을 신설하고 개발사업부 인력을 해외영업에 전진 배치 했다.

 GS건설은 해외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 초 각 사업본부의 해외영업 조직을 해외영업본부로 통합했다. CGO(Chief Global Officer; 해외사업총괄)를 둬 해외 영업활동을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림산업은 해외시장 원동력으로 점 찍은 에너지 발전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P&I(Power &Industry) 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문은 원자력·복합화력 등 발전소 건설과 가스설비, 집단 에너지 설비, 산업&환경 설비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담당한다.

현대엠코는 올해 해외영업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리비아·베트남·캄보디아·투르크메니스탄 등 거점 지역의 해외지사 및 법인 거점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플랜트사업실과 토목사업본부를 토목·플랜트 사업본부로 통합하는 등 각 본부와 팀들의 역할을 조정했다. 조직과 조직간 협력 차원을 넘어 내부 역량을 융합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인수합병’ 외부 수혈=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는 곳도 있다. GS건설은 신성장 동력으로 담수 플랜트 사업을 정하고 지난해 11월 글로벌 담수 플랜트 기업인 스페인의 이니마사를 인수했다. 이니마사는 수주 잔고의 70% 이상을 중남미·유럽·북미 등 스페인 이외 지역에서 따내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담수 플랜트 업계의 강자로 뛰어 올랐다는 평가다.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에콰도르 제1의 EPC 기업인 산토스 CMI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Quito)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플랜트 시공업체로 멕시코·칠레·브라질 등 중남미는 물론 미국 진출의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신시장=사실 해외시장은 국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유수의 업체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는 격전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노리는 기업이 있다.

 대우건설은 아프리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리비아 등 아프리카에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외화는 210억 달러 이상이다. 올해도 나이지리아·알제리 등 거점시장 지배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SK건설은 터키와 파나마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투판벨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유럽 등 전세계 저칼로리 석탄화력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파나마에서 화력발전소 파코 플랜트 신설 공사를 수주해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포스코건설은 2009년 페루 칼파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페루에 진출한 이래 칠레·에콰도르 등 중남미 다른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과 해외진출 동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롯데마트 1호점을 지었고 러시아에서는 호텔·비즈니스센터와 롯데제과 공장을 건설했 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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