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출 한파속 통신업계 인력채용도 '꽁꽁'

중앙일보

입력

퇴출기업들이 실직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잘나가는 업종으로 꼽혀온 통신업계의 인력수요도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무선 통신업계에서 신규인력을 충원하는 업체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 대다수 업체들은 예년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력증원을 동결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업체는 기존인력을 대폭 감원하는 상황이다.

인력규모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앞두고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올해 신규채용은 커녕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고 IMT-2000사업을 준비중인 이동전화업체들도 사업권 획득이 확정될 때까지 인력증원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한통의 경우 지난 97년 580명을 채용했으나 98년에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221명을 새로 채용하는 데 그쳤다. 한통은 이처럼 신규채용은 최소화하는 대신 98년과 99년 2년에 걸쳐 1만2천여명
을 감축했고 올해도 1천여명 이상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업계도 수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IMT-2000사업을 앞두고 인력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사업권 획득후를 대비하고 있어 올 연말까지 신규채용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50명으로 확정, 지난주 면접을 마치고 다음주중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력사원도 100명을 선발한다는 방침하에 면접을 진행중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의 올해 채용규모는 경력.신입사원을 합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50명 수준이며 이것으로 올해 인력충원은 완료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백여명을 선발하는 경력사원중 연구개발부분의 기술직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50명을 뽑기 위해 지난주 마감한 신입사원 채용에서 4천여명이 지원,8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경력사원 모집에서도 100명 채용에 1천8백여명이 지원, 1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취업난을 반영했다.

지난해 1백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던 LG텔레콤은 올해 30명의 대졸예정자를 채용했고 수시채용하는 경력사원은 270명을 채용, 총 3백여명을 새로 뽑았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급변하고 있는 통신업계의 특성상 경영환경의 변수들이 많아 인력채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이미 채용한 신입사원 30명과 수시로 채용하는 경력사원 270명 등 총 3백여명선에서 인력채용을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내년 2월 합병을 앞두고 있는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도 인력증원보다는 합병에 따른 양사의 인력을 어떻게 감축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 두회사의 신규 인력증원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며 사원들 사이에 인력감축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신규인력 충원규모가 컸던 통신장비업체들에게도 대규모 인력채용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작년 2천명을 새로 선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천명을 새로 채용했고 작년 534명을 뽑았던 현대전자는 올해에는 7백여명을 신규채용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정보통신과 합병한 LG전자는 올 한해동안 전자부문 1천500명, 정보통신부분 1천500명 등 총 3천명을 채용할 계획. 이중 전자부문은 이미 1천300명을 선발했고 정보통신부분은 1천200명을 뽑아 양 부분이 연말까지 각각 200명, 300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일부 장비업체를 제외하고 통신업계 대다수의 업체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최소한 억제하는 한편 연말 IMT-2000사업자가 확정된 뒤 내년초 새로 인력충원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통신업계 취직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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