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의 ‘현찰 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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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전 1국>
○·천야오예 9단 ●·원성진 9단

제2보(17~25)=원성진 9단은 ‘원 펀치’라는 별명대로 ‘현찰’에 어두운 대신 ‘한 방’으로 승부를 보는 기사였다. 조훈현·이세돌 등 초일류들은 현찰에 매우 민감하고 ‘잽’에 능한 특징이 있다. 잔 펀치, 즉 잽을 잘 던지는 기사들은 승률이 높고 원성진처럼 한 방을 노리는 기사들은 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성진은 무수히 잽을 맞으며 싸워온 풍찬노숙(風餐露宿)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역경에 강하고 수읽기가 치명적이며 ‘집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원성진이 현찰(집)에도 민감해지면서 지금의 상승세가 만들어졌다.

 천야오예 9단이 백△로 중심을 잡자 원성진 9단은 17로 잡아 둔다. 실리로는 반상 최대의 곳이다. 18과 20까지만 둔 뒤 22로 둔 수가 음미할 만한 수다. 단순히 ‘참고도’처럼 백1로 벌리면(이게 정석이긴 하지만) 흑2를 당한다. 이 흑2는 쌍방 집이 되는 중심점으로 현찰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천야오예가 만사 제쳐두고 22를 차지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23으로 다가갔을 때 24도 놓칠 수 없는 요소. 지레 놀라 A로 달아나면 B의 요소를 당한다. 24를 두고 25가 오면 비로소 수습에 나선다. 쌍방 빈틈 없는 흐름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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