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어린이 건강관리 <하> 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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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학교에서 단체생활이 시작되는 3월에는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감기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해줘야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두 자녀를 둔 주부 김미영(38·인천)씨는 요즘 아이들 감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큰 아이는 감기에 걸렸다하면 재채기에 누런 콧물이 나오고, 유치원 단체생활을 시작한 다섯 살 둘째는 목이 부어 고생이다. 옆집 아이는 감기만 걸리면 중이염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한다. 환경이나 나이가 같아도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인 감기,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유행하는 감기라도 아이마다 증상 달라

 3월 넷째 주 질병관리본부 유행 질환 보고에 따르면 소아 감염병 중 독감과 장염이 가장 많고, 이외에 비염이나 편도염·수족구병 등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나 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감기 감염이 도드라지고 있는 것이다. 권동호 동작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3월에는 아이들의 목이 붓고 고열이 오래가는 독감이 유행했다”며 “유행하는 감기 패턴이 있어도 아이마다 감기 증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나 기침·인후통·열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지만 아이마다 그 증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몸의 불균형한 기운이 각각 달라 감기 양상이 다르다. 권 원장은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빨리 증상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증상의 차이를 관찰한 후 적절한 치료법으로 아이를 관리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체질 맞는 치료법 사용해야 면역력 키워

 감기는 아이의 체질에 따라 치료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마다 감기 증상이 다를뿐더러 겉으로 보기에 감기의 증상이고 진행 양상이 비슷해도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사용해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라면 부족한 기운은 어떤 것인지,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관찰해봐야 한다.

 예컨대 폐가 약한 아이는 피부가 건조하고 기침이 금방 심해지고 오래간다. 비위가 약한 아이는 설사를 잘해 장염에 자주 걸리고 감기에 걸리면 잘 먹지 않으며 쉽게 지친다. 신장기운이 약한 아이는 밤에 땀을 많이 흘린다. 감기가 오래 가고 기침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열이 많은 아이는 입술이 붉고 피부가 검은 편이고, 대변이 단단한 경우가 많다. 만성식체가 있는 아이는 평소 자기 전 많이 먹는다. 감기에 자주 걸리며 기침, 가래가 잘 생기고, 코가 잘 막힌다.

 한의학에서는 폐가 약한 아이들은 맥문동이나 길경 등의 한약재가 들어간 처방으로 호흡기를 다스려준다. 비위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인삼이나 황기 등으로 비위기능과 체력을 보강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신장 기운이 약하면 폐도 영향을 받는데 콩팥과 폐에 모두 좋은 약재로는 오미자가 대표적이다.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석고, 생지황 등의 약재를 활용하고, 만성식체가 있는 아이들은 창출, 진피 등의 약재를 이용하여 식체를 내려서 폐 기운을 돕는다.
 
비위 약하면 잘 먹여 기운 복돋아줘야

 폐 기능이 약한 아이는 피부와 폐가 상호영향을 준다고 보고 피부 보습에 신경써준다. 비장이 약한 아이는 우선 소화기능을 튼튼히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음식을 잘 먹여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 기운이 허한 아이들이라면 운동을 적당히 하고 음식을 골고루 챙겨주는 등 생활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열이 많은 아이의 감기는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게 도와주면 좋다. 만성식체가 있거나 속열이 뭉쳐 순환이 안되는 아이들은 비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행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쓴맛이 나는 채소를 먹이면서 면역력을 길러주는 관리를 철저히 해주도록 한다.

▶ 문의=www.hamsoa.com, 1544-1075

● 우리 아이에게 약 되는 음식들

- 폐의 기운이 약하다면=마른기침을 하는 아이는 폐에 윤기를 북돋아주는 음식이 좋다. 꿀과 도라지, 배를 중탕해 먹으면 효과적이다. 꿀은 오랜 기침으로 지친 기관지를 보호하고, 도라지는 가래를 삭혀주며 배는 폐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 비장 기운이 약하다면=비장 기운이 약해 소화력이 좋지 않은 경우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황기를 우려낸 물을 먹이면 좋다. 속이 따뜻해지고 비위도 튼튼해져 장운동을 도와주고 감기를 이겨내는데 효과적이다.

- 신장 기운이 약하다면=해열과 소염작용에 효능이 있는 인동(로니세라)과 코 속 열기를 풀어주는 연교 등을 함께 달여 먹으면 좋다. 특히 인동은 해열과 소염기능이 있기 때문에 열감기는 물론 평소 감기를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좋다.

- 열 많다면=토마토·수박·오이처럼 수분이 충분하면서도 당분이 적은 음식이 좋다. 씀바귀·참나물·두릅 같은 쓴 채소는 열은 내리고 진액은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찬 음식을 먹여 급격히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은 좋지 않다.

- 만성식체라면=봄기운을 받고 자란 제철 채소를 챙겨주면 좋다. 기름지고 매운 음식, 밀가루 음식과 단 인스턴트 식품은 자제한다. 속열이 쌓여 순환이 안 되고 만성식체로 고생하면 상추·치커리·깻잎 등 쓴맛 나는 채소 위주로 식탁을 차려주면 도움이 된다.

※도움말=권동호 동작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함소아한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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