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선 개입 않고 대선 직행 가능성 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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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 0시, 새누리당 송파구 병에 출마한 김을동 후보(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이 거여역 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서울 중구에 출마한 정호준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와 손학규 상임고문이 동대문의류쇼핑몰 앞에서 박수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총선을 보름 앞두고 열렸던 27일 안철수(사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대 강연은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한 그의 구상이 무엇인지 유추해 볼 단서들이 쏟아진 자리였다. 그는 “정치를 하게 된다면”이란 가상의 상황까지 거론하면서 “보수든 진보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집권한다”는 대선 해법까지 내놨다. 당장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28일 안철수연구소는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8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2일 이후 첫 상한가다. 2월 이후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서면서 정치테마주들은 한동안 큰 출렁임이 없었다.

 안 원장은 “지금 시점에선(대선 출마는) 너무 빠른 얘기”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역설적으로 ‘총선 불개입’ 의사를 드러내면서 대선 직행 가능성은 더욱 부각된 셈이다. “정치를 하게 되면 특정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 “보수든 진보든 문제를 풀라고 권한을 줬더니 그게 자기 것인 양 싸우기만 한다”며 이 시점에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건 총선 땐 선택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안 원장 주변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총선 개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완전히 건너뛸지, 야권의 일부 후보만 지지할지, 진영 전체를 지지할지를 저울질했다는 것이다. 결국 고민의 결론은 ‘총선 불개입’으로 정리된 인상이다.

 이런 판단을 한 데는 정치지형 변화가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했던 안 원장으로선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과의 ‘코드’ 맞추기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자신이 힘을 보태 총선 승리에 기여한다고 해도 “안철수 때문에 이겼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고 여겼을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안 원장의 위치 변화다. 안 원장은 “보수든 진보든 문제를 풀 사람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며 ‘중도·무당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을 반대한다”던 말과는 괴리가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야권연대로 좌클릭 경향이 강화되면서 비어 버린 중원 공략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최소한 ‘편지 응원’ 정도는 해 줄 거란 기대를 했던 민주통합당은 다소 당황하는 표정이었으나 대선 전략상 길게 보면 나쁠 것 없다는 말도 나왔다. 안 원장의 중도 장악력이 커지면 문재인 상임고문과는 상호보완관계인 ‘페이스메이커’ 구도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 대권을 생각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양은 여야 모두를 비판했지만 결국 총선 때 야당을 도우려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안철수 사진 써도 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총선 후보가 자신의 홍보에 필요한 범위에서 대권주자와 함께 활동한 사진이나 관련 문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총선 후보가 안철수 원장을 거론한 문구나 관련 사진을 현수막이나 명함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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