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창과 방패 ‘네 궤변을 끝내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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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후보가 28일 서울 강남갑 심윤조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왼쪽). 정동영 후보가 같은 날 일원동 쓰레기소각장에서 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강남을.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의 격돌지다. 27일, 두 후보는 오전 5시30분쯤 일어났다. 다른 지역의 후보들처럼 출근 인사를 하려고? 아니다.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맞짱 토론을 하기 위해서다. 전날 새벽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맞붙었다. 27, 28일 아침에는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잇따라 출연했다. 주말에는 KBS 방송토론 녹화가 잡혀 있다. 모든 지역구를 통틀어 두 후보처럼 ‘입’으로 맞붙은 곳은 없다. ‘한·미 FTA 검투사(김종훈)’와 ‘반(反)한·미 FTA 기수(정동영)’라는 상징성 때문일까.

 김 후보는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 모두에서 FTA 협상을 주도한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이다. 정 후보는 민주당의 ‘FTA 무효화 투쟁위원회’ 위원장이다. 지난 12일 정 후보가 경선을 통해 민주당 강남을 후보로 정해지자, 일주일도 안 돼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으로 김 후보를 그곳에 출정시켰다. 구도가 정해지기 무섭게 모든 언론은 토론의 멍석을 깔았고, 두 후보는 수십 합(合)을 겨뤄도 승부를 내지 못하는 삼국지의 장수처럼 싸우기 시작했다.

 이날 정 후보는 “철학이 다른 두 정부 모두에서 일을 잘한 건 관료로선 칭찬받을 일이지만, 일관된 철학을 가져야 할 정치인으로선 부적절하다”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를 맞받아 “집권당 의장까지 지낸 분이 FTA에 대해 180도 태도를 바꾼 건 어떤 철학”이냐고 반격했다. 또 김 후보가 “서울 시내에서 지금은 구멍가게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자, 정 후보 측은 “서울에 구멍가게가 사라졌다는 현실 인식을 가진 김 후보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맹공했다.

 토론을 준비하는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선거캠프 체계가 아직 잡혀 있지 않은 김 후보에게는 토론을 도울 인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핵심 주제어를 검토하거나 자료를 검색하며 혼자 준비할 때가 많다. 조언을 구할 사람이 보이면 그때그때 묻고, 파일에 묶인 자료의 여백에 받아 적기도 했다.

 대선까지 치른 정 후보의 캠프는 체계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기업형 수퍼마켓과 FTA의 연관성, 구멍가게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우리에게 유리한 이슈를 함께 고민해 토론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수없이 많은 토론을 직접 치른 정 후보만큼 논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인물론’을 내세운 정 후보 측은 메시지가 분명한 행보를 보였다. 27일 일정을 보면, 민주화 운동의 어른인 고(故) 장준하 선생의 부인이 살고 있는 수서의 임대아파트를 찾고, 강남벨트를 함께 형성하고 있는 천정배(송파을) 의원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임대아파트 지역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소와 노인들을 위한 복지관을 찾고,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퇴근 인사를 했다. 여당 후보로서 약해 보이는 ‘배려와 복지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정 후보는 민주당의 노란 점퍼를 입지 않는다. 플래카드에도 ‘민주당’이란 글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강남에선 민주당으로 표 얻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반면 김 후보는 새누리당 로고가 선명한 빨간 점퍼를 벗지 않는다. 선거사무소에도 당 로고가 선명히 눈에 띈다. 강남에서 당 이름만큼 힘이 되는 건 없다는 얘기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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