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소녀시대가 주주 됐는데 떨어지는 SM 주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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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소녀시대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주가 됐다. SM은 26일 소녀시대 멤버 9명 전원을 비롯해 동방신기·샤이니 멤버 등 총 47명의 소속 연예인에게 많게는 680주에서 적게는 110주씩 배정했다. 이날 9억7800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사실을 공시하면서 이 회사는 “단순히 회사와 연예인의 관계뿐 아니라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거 같으면 연예인의 지분 참여는 엔터주 주가 상승의 최대 호재였다. 그러나 공시 다음 날인 27일 SM 주가는 전날과 똑같았고, 28일엔 오히려 전날보다 1250원 하락한 채 마감했다. 소녀시대·동방신기·샤이니 등 당대 최고 연예인의 지분 참여 소식에도 시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2007년 10월. 가수 비가 코스닥 상장사인 휴대전화 부품업체 세이텍(현 JYP 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이 회사 주가는 10월 5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후 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0월 4일 1만350원이던 주가는 불과 7영업일(15일) 만에 2만5600원까지 껑충 뛰었다. 세이텍이 무슨 회사인지, 실적이 어떤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비가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면 족했다.

 SM이 26일 자사 연예인에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2만2120주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연예인 주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주식 투자 형태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단기간에 주가 띄우기용으로 ‘얼굴마담’ 역할을 하거나 ‘대박’을 노려 들러리를 서는 투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소속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연예인의 주식 투자 형태가 이렇게 바뀐 데는 “엔터 기업의 체질과 투자자들의 판단기준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달라진 투자환경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이 두 번 당하진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 많은 엔터주가 코스닥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요즘의 정치인 테마주 같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연예인 지분 참여 소식이 전해지기만 하면 예외 없이 주가는 급등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젠 투자자들이 아무리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도 수익모델이 없으면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며 “요즘의 정치인 테마주처럼 당시엔 실체 없이 기대감에 주가만 먼저 올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얼굴마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얼굴마담’이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것이다. 엔터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와 달리 탄탄한 수익모델을 만들면서 주가 띄우기용으로 연예인을 동원할 필요성이 없어지기도 했다.

 KB자산운용 최웅필 이사는 이번 SM의 유상증자를 놓고 “돈보다는 상징성”으로 해석했다. “이번 SM 소속 연예인의 주식투자가 소위 ‘대박’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소속사의 성장성을 믿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간다는 상징적 의미로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동방신기는 올 상반기 일본에서만 총 관객 55만 명을 동원하는 공연이 잡혀 있어 일본 공연 수입만으로도 멤버 개인당 수십억원을 벌어들일 것”이라며 “이런 연예인에게 불과 10% 할인된 값에 최대 680주를 받는 게 무슨 경제적 이득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경제적 이익을 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회사와 같이 간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투자라는 설명이다. 과거처럼 주가 급등을 노린 건 아니지만 홍보효과가 큰 것도 사실이다.

 VIP투자자문 김 대표도 “시총 측면에서나 배정받은 연예인 입장에서 크지 않은 액수”라며 “그러나 회사가 이렇게 소속 연예인을 챙기고 혜택을 주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실제 액수보다 훨씬 더 큰 보상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엔터 기업 입장에서는 소속 연예인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고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발전에 소속 연예인들의 공로가 절대적”이라며 “꼭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런 공로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YG도 소속 연예인들의 지분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대안이 많지 않아 SM처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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