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m 높이 비계 우지직 보령화력서 13명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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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7일 오전 10시45분쯤 충남 보령시 오천면 보령화력발전소에서 13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원들이 매몰자를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큰불이 났던 충남 보령발전소에서 이번엔 아찔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로 전력설비가 마비된 지 불과 12일 만이다. 각별한 안전 조치가 필요한 에너지 생산시설인데도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7일 오전 9시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실. 정의환(39)씨 등 인부 13명은 보일러실 내부에 설치된 비계(임시 가설물) 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4명은 40m, 나머지 9명은 27m 높이 비계에 자리 잡았다. 보일러 크랙(균열) 상태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공사였다. 보일러는 높이 106m, 폭 16.5m의 직사각형 형태다.

 예방정비 공사 전문업체 소속인 이들은 2시간 가까이 작업을 마치고 10시50분쯤 비계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순간 갑자기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비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인부 13명은 추락했지만 모두 비계 구조물 사이에 끼어 10~18m 높이 공중에 매달렸다. 이 바람에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 자칫 집단 사망할 뻔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경찰관계자는 “불행 중 다행으로 비계 잔해가 대형 인명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119구조대와 경찰 등 80여 명이 나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9명은 이날 오후 2시15분까지 잇따라 구조되고 4명은 자력으로 사고현장을 빠져 나왔다. 이 가운데 정씨가 머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졌다. 현모(58)씨 등 4명은 다리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비계를 지탱해 주는 철구조물 등이 부러지면서 붕괴됐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비계가 허술하게 설치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보령화력 측은 “보일러 내의 공사용 가설물만 무너져 발전설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보령화력에서는 15일 전력공급 케이블에서 불이 나 11시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1호기 가동이 전면 중단돼 복구작업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화재 당시 즉각 신고하지 않고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는 등 초기대응에 문제를 드러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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