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들도 미남·미녀와 동등한 대우 받는 세상 되길"

중앙일보

입력

"얼굴만 잘생기고 잘난 체 하는 사람은 사절합니다. 회원이 되려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지요. "

인터넷 채팅사이트인 하늘사랑(http://www.skylove.com)의 ''퍽탄스 클럽'' . 자칭 ''폭탄'' 들만의 모임이다.

"미팅에서 가장 얼굴이 못생기고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나오면 ''폭탄 나왔다'' 고 해요. 하지만 외모가 좀 떨어진다고 마음까지 못난 것은 아니거든요. 사실 ''폭탄'' 중에는 마음이 착하고 말을 아주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폭탄'' 들이 모여 채팅을 하고 고민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든 거지요. "

이 동호회의 시솝인 이형주(19.인덕전문대 1년 휴학)군은 지난 5월 동호회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호회 이름도 ''폭탄'' 이라고 하면 군대에서 쓰는 진짜 폭탄 같은 느낌이 강해 ''퍽탄'' 으로 정했다.

채팅을 할 때 ''오빠'' 를 ''어빠'' 라고 부르듯이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채팅을 하면서 미팅할 때 ''퇴짜'' 맞은 경험을 나누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는 李군은 "처음 10여명으로 출발한 회원수가 현재 1백30여명으로 늘었다" 고 말했다.

퍽탄스 클럽 회원들은 우리 사회가 너무 외모.학력 위주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 모임의 개설 취지에는 외모.학력 위주의 사회에 대한 그들의 반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땅에는 무수히 많은 폭탄이 있으나 소수의 ''꽃미남.미녀'' 때문에 우리 폭탄들이 불평등한 생활을 강요받는다. 퍽탄스 클럽은 폭탄들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모임이다."

작은 눈과 뚱뚱한 몸매 때문에 스스로 폭탄이라고 생각해 2주 전 이 동호회에 가입했다는 임경진(17.언남고 2년)양은 "고2쯤 되면 여학생들은 외모나 진로 문제로 고민한다" 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회원들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지금은 회원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수준에 불과해요. 하지만 이런 모임이 활성화돼 외모보다는 능력과 인간성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동호회 시솝인 李군은 "다른 포털 사이트 회원들이 이 모임을 보고 ''비슷한 종류의 모임을 만들어도 되겠느냐'' 고 의뢰해 대부분 ''허락'' 했다" 면서 "현재 다른 사이트에 개설된 ''프랜차이즈'' 점이 2~3개에 불과하지만 더욱 많은 프랜차이즈가 생겨 폭탄들도 미남.미녀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시솝 李군을 비롯한 회원들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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