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환경철학' 등 한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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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을 위한 환경철학 이야기
'함께 하는 환경철학‘(최종덕 지음, 이동수 그림, 동연 펴냄)

주말 나들이에 데리고 나갔던 도시의 우리 아이들이 시골의 밭에 똥을 누고 오지는 않았나요? 그 똥은 거름이 되지 않는답니다. 방부제 때문에 썩지 않고 푸석푸석한 거푸집으로 남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환경의 생명성을 강조한 '함께 하는 환경철학‘(최종덕 지음, 이동수 그림, 동연 펴냄)은 실천철학으로서의 환경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상지대 철학과 교수인 최종덕 님이 글을 쓰셨고, 중간 중간에 시사만화가 이동수 님이 삽화를 그려넣은 책입니다. 재생용지를 써서 펴낸 이 책은 가벼워서 들고 읽기도 편해요.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찌든 틀을 벗어나 더불어 숨을 쉬고 놀고 가는 생명의 장터”를 만들자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랍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일은 무엇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책으로 한 주를 따뜻하게 열어보세요. 길가에 떨어진 은행나무 이파리가 소중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 인디언의 삶과 문화, 자서전식 기록
‘인디언 숲으로 가다’(오이예사 지음, 장성희 옮김, 지식의풍경 펴냄)

‘인디언’이라는 낱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광활한 자연과 그에 어울리는 야생의 자유입니다. 북미 지역 인디언이 자서전 형식으로 엮어낸 글 모음집 ‘인디언 숲으로 가다’(오이예사 지음, 장성희 옮김, 지식의풍경 펴냄)는 그런 인디언의 자유로운 삶과 희생의 역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상쾌한 책입니다.

할머니와 작은 아버지의 손에 자라난 지은이가 소년 시절부터 미국 사회에서 아메리카 인디언과 미국인 사이의 이해를 돕는 일에 참가했던 때까지의 삶을 풀어냈어요. 잊혀져 가는 인디언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미국인의 학살과 만행을 겪은 뒤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몰린 지은이는 나중에 백인 사회로 나오지만 그 사회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흔적을 만날 때 그게 뭔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따라가 봐야 한다는 인디언 특유의 가르침을 따르게 됩니다.

인디언 이야기를 적은 책으로, 미국인의 잔혹한 만행을 그대로 기록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프레스하우스 펴냄)도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미국의 실상과 허상을 여실히 들여다 보게 해 주는 정신이 버쩍 드는 책이거든요.

# 문학사의 위대한 작가들의 성적표
‘호모 리테라리우스’(대니얼 버트 지음, 김지원 옮김, 세종서적 펴냄)

미국 웨슬리대 부학장인 영문학자 대니얼 버트가 매긴 인류의 역사에 빛나는 위대한 문학가들의 내신 성적 발표도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셰익스피어가 1등이고, 단테, 호메로스, 톨스토이가 2,3,4등을 차지했습니다.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경험을 얼마나 폭넓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작가들의 위대성을 평가한 것입니다. 1등에서부터 1백등까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은이는 다수의 문학 연구 성과를 책 안에 풍부하게 인용했지요.

허무맹랑한 성적표처럼 보실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 책의 지은이도 자신의 평가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문학사 속의 위대한 백인의 작가들의 업적을 한 권의 책으로 훑어낼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거든요. 한 명의 작가에 대해 5,6쪽에 걸쳐 풀어가고 있는 글도 식상하거나 가벼운 글은 아니예요.

# 인간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게임전략
‘속지 않고 기죽지 않고 사는 즐거움’(요제프 키르슈너 지음, 한경희 옮김, 룩스 펴냄)

인생은 처음부터 조작 게임이라고 합니다. ‘속지 않고 기죽지 않고 사는 즐거움’(요제프 키르슈너 지음, 한경희 옮김, 룩스 펴냄)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은 인생을 그렇게 보고, 그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독일어권 방송에서 처세 관련 연설가로 유명한 지은이는 ‘조작’이라는 말을 ‘타인의 무지와 게으름, 불확신을 이용하여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적극적인 행위’로 사용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매력 있게 보이려는 것도 모두 이 조작 게임의 하나라고 이 책은 이야기합니다.

기왕에 조작이 사회생활을 이루는 근본 요소라면 그 희생물은 되지 말아야 하잖아요. 목표를 갖고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한 기초가 될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게임 원칙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읽어가며 현대 사회에서의 성공 전략을 만들어 보세요.

# 디지털 문명 비평지 ‘구운몽’ 창간

인터넷과 디지털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요. 그러나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글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이제 가만히 돌아 앉아 우리 사회를 끓어오르게 했던 디지털 문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꿈을 굽는다’는 뜻으로 이름을 ‘구운 몽’이라고 지은 ‘디지털 문명 비평’ 부정기 간행물은 바로 그런 뜻에서 창간한 잡지입니다. 편집인은 디지털 문명에 대해 많은 글을 낸 적 있는 서울 산업대 사회학과 백욱인 님이 맡으셨더군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화 현상인 인터넷은 맹신이나 숭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창간호에서는 ‘네트 이데올로기’를 특집으로 해서 국내외 주요 비평가들의 글을 담았습니다. 인터넷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을 꼼꼼히 비판해내고 있습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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