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네번 겹치는 4월13일, 마귀베는 '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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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선 명장이 2000년에 만든 사진검. 마귀를 물리치는 주술 검으로 꼽힌다. [사진 고려왕검연구소]

임진년(壬辰年), 용의 달(辰月), 용의 날(辰日), 용의 시(辰時)에 경북 문경에서 명검 사진검(四辰劍)이 만들어진다. 용(龍)이 네 차례 겹쳐 사악한 기운을 베어내는 검이다. 다음 달 13일(음력 3월 23일) 오전 7∼9시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에 사인검(四寅劍)을 재현했던 문경시 농암면 이상선(58·고려왕검연구소장) 명장은 이날 사진검을 제작한다. 사인검과 사진검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만들어져 마귀를 물리치는 주술 검으로 전해진다. 사인검이 호랑이의 기운을 네 차례 받는다면 사진검은 용의 기운을 네 차례 겹쳐 받아 왕실의 보검으로 쌍벽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명장은 이날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오전 6시 고사를 지낸 뒤 근처 폐교 운동장에 장작을 지핀다. 그는 사진검을 만들기 위해 이미 1년 전부터 쇳덩이를 가마에 넣고 수만 번을 두드려 늘이고 칼 모양으로 갈아 검 60정을 준비했다. 검 하나 길이가 1∼1.2m에 무게만 3∼5㎏이다. 이날은 12년 만에 돌아오는 사진시에 최종 열처리를 한다. 장작불이 800∼900도로 오르면 예비 사진검을 달군 뒤 찬물에 식히는 담금질을 한다. 이때 갈라지거나 휘는 검은 사진검이 되지 못한다.

 이 명장은 42년째 전통 도검과 사인검·사진검 제작과 복원에 매달리고 있으며, 2007년에는 노동부 지정 전통 야철도검 기능전승자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장군에게 하사하는 삼정도(三精刀) 85정을 제작했다. 그는 “이번에 사진검이 몇 정이나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일제강점기 이후 단절된 한국 명검을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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