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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보기 민망한 숙명여대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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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숙명여대 내부 다툼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 측을 대표하는 총장과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이 꼬리를 무는 폭로와 보복으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냈다. 한영실 총장은 재단 비리를 들춰낸 데 따른 보복으로, 이용태 재단 이사장은 학교 측이 공개한 재단 회계 비리에 대한 책임으로 각각 해임 조치됐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이 아니다. 재단은 새로운 총장을 세우고, 학교는 이를 막느라 법정 다툼까지 당분간 이어갈 태세다. 한 대학 안에 두 명의 총장이 옹립되는 아귀다툼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생겼다.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은 재단에 있다. 이 이사장이 주도해 대학이 받은 기부금 685억원을 재단 계좌로 옮겼다가 다시 대학에 전입금 형식으로 주는 것처럼 기부금을 세탁하자고 해도 이에 반대하는 이사들이 없었다고 한다. 숙대 재단인 숙명학원이 말로는 순수한 공익재단이라고 하나 이사진 구성이 특정 개인의 측근들로 채워지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아무리 재단이 법정 부담금을 낼 재정적인 여력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재단 이사진에 의한 집단적인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교육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학 법인들의 수익금 실태를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일부 재단은 학교가 받은 기부금을 고수익 금융상품에 넣었다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는 학교 기부금을 재단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잘못된 관행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법인과 대학이 모든 자산과 기부금의 운용 실태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재단과 학교가 매년 5월 말 발표하는 내부 감사 결과와 결산공고도 좀 더 내실 있게 개선돼야 한다. 대학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대며 예산·결산의 세부 내역을 알려주지 않다 보니 각종 공시가 여전히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학생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공개의 폭을 넓히는 등 법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