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인사이트만 믿으라는 ‘인사이트 펀드’ … 수익률 -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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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안혜리
증권팀장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를 증권가에선 ‘쪽박펀드’로 부릅니다. 2007년 10월 만들어진 이 펀드는 1년도 안 돼 반 토막이 났습니다. 펀드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은 -17.27%입니다. 당시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여전히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할 말은 있습니다. 점점 손실을 만회해가는 중이란 거죠.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24%로 양호합니다.

 인사이트 펀드는 나오자마자 4조5000억원을 끌어 모았습니다. 이후 돈이 계속 빠져나가 현재는 설정액이 반 토막 아래로 뚝 떨어진 상태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투자자 대부분이 처음 ‘인사이트 열풍’이 불 때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인사이트(직관)’를 믿고 투자한 이들이라 봐도 좋을 것입니다. 길게는 5년째 들고 있는 셈이지요.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 상당수가 펀드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마침 본지는 매주 토요판에 ‘금융 주치의’ 코너를 시작했습니다. 금융상품에 관한 전문가 상담 프로그램이지요. 평소 속앓이를 해왔던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문가 여럿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빗 뱅커든, 애널리스트든, 펀드 매니저든 답은 다 똑같았습니다. “답할 수 없다”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세우는 투자 원칙이나 투자 대상, 심지어 뚜렷한 벤치마크지수 없이 펀드 매니저의 판단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한 전문가는 “펀드 매니저의 직관이 크게 좌우하는 데다 누가 운용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펀드운용 보고서에는 의무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를 밝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운용하는지 모른다는 건 무슨 얘기일까요.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만큼 정보 공개를 꺼리는 펀드가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규정에 따라 운용보고서에 매니저를 밝혀놓고는 있습니다. 본부장급 운용역이지요. 그러나 진짜 그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따로 있습니다. 실제 운용역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경쟁사의 스카우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사이트 펀드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펀드 매니저의 직관에 의존하는 공모펀드입니다. 그런데도 정작 누구의 직관인지는 알 수 없다니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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