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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스페인 … 문제는 실물경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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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스페인 경제가 더블딥(경기회복 뒤 재침체)에 들어섰다. 공식 실업률은 22% 정도다. 노동계는 이번 주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마드리드의 한 은행 앞에서 한 여성이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하고 있는 모습. [마드리드 AP=연합뉴스]

스페인이 심상찮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이 지난주 연 5%를 다시 넘어섰다. 올 들어 유럽 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지난달 말엔 4.8% 수준까지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스페인 독감 환자의 체온이 다시 오르는 듯하다”고 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세계적으로 퍼져 2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글로벌 시장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스페인 국채를 ‘공매도’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공매도는 국채값이 더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베팅이다. 반대로 값이 오르면 헤지펀드들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공매도 세력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스페인 실물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더블딥(경기회복 뒤 재침체) 문턱을 넘어섰다. 2009년 침체 이후 21개월 정도 회복하던 실물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0.3%, 전 분기 대비)으로 돌아섰다. 실업률은 22% 이상이다. 청년 실업률은 50%를 웃돌았다. 대공황 절정기 미국 실업률은 24% 정도였다. 긴축→침체의 악순환이다.

 반면 스페인 부채 상황은 그대로다. 올 1월 말 현재 국가 부채는 7100억 유로(약 1065조원) 정도다. 그리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지난해 재정적자는 8.5%였다. 올해 목표치는 4.4%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정 지출을 100억 유로 정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실물경제 상황과 여론을 감안할 때 무모한 긴축 약속(로이터)”이란 평이 당시에도 우세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라호이 총리의 약속이 깨질 조짐이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안달루시아주 선거에서 라호이가 이끄는 우파는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다. 설상가상으로 노동계는 29일 긴축반대 총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라호이 내각의 (긴축)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26일 전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펀더멘털(실물경제) 악화→저항 발생, 세수 감소→재정 악화→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듯하다”며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급해진 이탈리아 마리오 몬티 총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그는 “스페인은 재정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한 뒤 “스페인 상황이 악화되면 위기 전염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요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사태 1차 분수령은 이번 주 금요일(3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럽 재무장관 회의다. 상설 구제금융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규모를 늘리는 게 최대 이슈다. 기존 규모는 5000억 유로다. 최대 주주인 독일이 소극적이다.

공매도(Short Stock Selling)

헤지펀드 등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주거래 증권사 등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빌려 미리 매도하는 것. 어떤 기업이나 국가가 위기 조짐을 보이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처분 가격을 기준으로 값이 많이 떨어질수록 수익이 커진다. 반대로 그 가격 이상으로 오르면 손해 보는 구조다. 공매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집단 투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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