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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본색 ④

중앙일보

입력

 가끔 교사들이 ‘수학에서 조건을 많이 주는 문제는 쉽다’는 말을 종종 한다. 문제를 푸는 단서를 많이 주니까 그만큼 풀이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많다고 풀이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많은 조건을 이용하지 못해 풀이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조건은 자체로 독립적인 성격을 갖기 힘들다. 그 쓰임새가 문제를 풀기 위해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건은 형태가 다양해 규정짓기 힘들지만 크게 노출조건과 은닉조건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출조건이란 문제 자체에 표현이 돼 있는 조건이다. 문제에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통‘~ 때’라는 어구로 이뤄지거나 그래프·도표·도형 등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등식 형태로 주어진다. 조건은 이처럼 식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식 변형을 통해 조건이 변형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조건이 주어진 그대로 이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건식 자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는 조건이 진위판별형 문제의 박스 속에 각각의 <보기 ㄱ, ㄴ, ㄷ> 형태로 나오는 때도 있는데, 그 <보기>들이 명제의 형태를 띤다. 즉, 참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 <보기> 중 참은 새로운 조건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이런 기출문제가 높은 오답률을 보인 적이 있다. 노출조건은 1개보다 여러 개일 때가 까다롭다. 여러 개의 조건을 빠트리지 않고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느 조건을 풀이에 먼저 적용시킬 것인지 문제도 발생한다. 조건과 조건이 융합돼 새로운 조건을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은닉조건은 노출되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로그의 밑조건과 진수조건인데, 꼭 기억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풀이과정 중에 숨어있어 찾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문제풀이 과정에 이용할 조건이 없고, 문제풀이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때다. 문제를 풀다 갑자기 막히면 자신의 풀이과정을 되돌아 보면 도움이 되는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은닉조건을 가진 문제는 다른 문제에 비해 오답률이 높다. 그만큼 숨겨진 조건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조건을 통제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주어진 조건을 전부 이용하지 못하고 빠트리거나, 모든 조건을 찾아내지 못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조건을 빠트리면, 풀이과정에서 여러 개의 답이 나온 상황에서 해당하지 않는 답까지 답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지수부등식이나 방정식에서 구한 답 중 조건에 맞는 답만 골라야 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건을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푸는 경우도 있다. 조건을 오해하면 스스로 함정을 파는 상황도 발생한다. 조건식을 막무가내로 변형시켜 ‘조건식 자체’가 보여 주는 쟁점을 흩어 버리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조건이 주어지면, 조건 그 자체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 한 뒤 그 자체로 뭔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땐 변형이 이뤄져야 한다. 조건을 문제 속에 넣어 놓는 경우도 있으니 문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 수학 문제 풀이 시, 조건을 대하는 태도

1. 일정의나 공식을 공부할 때, 단서(보통 은닉 조건에 해당)를 명확하게 기억하자.
2. 조건이 여러 개 주어졌을 경우, 각 조건마다 번호를 붙여서 구분하자.
3. 여러 개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적용되는 순서가 있음을 기억하자.
4. 조건과 조건이 합쳐져 새로운 조건을 구하는 경우도 있음을 기억하자.
5. 조건을 변형하는 경우도 있음을 기억하자. 조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 한 뒤 뭔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하자.

<이광준 이투스교육 수학참고서 『6inch』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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