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영재학교 선발전형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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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학년도 영재학교 선발전형의 키워드는 ‘통합과 세분화’다. 전형은 통합하고 단계는 세분화했다. 전형요강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서울과학고를 제외하고 경기과학고·대구과학고·KAIST부설한국과학영재학교 등 3곳은 단일화 전형을 채택했다. 전형 안에서 평가단계를 세분화해 면접, 캠프, 개인연구 주제발표 등의 평가요소를 모두 담았다. 모든 학교가 서류전형-선발시험-캠프로 이어지는 3단계 절차를 필수로 포함했다. 2단계 선발시험이 강화된 것도 눈 여겨 볼 점이다.

 경기과학고와 대구과학고는 지난해 2개로 나눠 진행했던 전형을 올해 하나로 통합했다. 경기과학고는 종전 입학담당관전형과 과학영재전형을 폐지하고 글로벌창의영재전형으로 120명을 선발한다. 기존 전형이 가졌던 입학사정관요소와 일반전형요소를 합쳐서 학생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대구과학고도 면접전형에 해당하는 거경전형과, 캠프전형에 해당하는 궁리전형을 거경궁리전형으로 통합해 90명을 선발한다.

 선발단계는 다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선발시험에 이어 3단계 이후 전형을 다양화했다. 경기과학고는 3단계 선발방식을 이원화했다. 종전 입학담당관전형에서 실시했던 개인연구주제발표와 과학영재전형에서 실시했던 창의영재성캠프를 3단계에 모두 포함시켰다. 2단계를 통과한 수험생은 개인연구주제발표 대상자와, 창의영재성캠프 대상자로 구분돼 3단계를 치른다. 개인연구주제발표는 연구계획서 작성과 발표를 통해 문제 해결능력과 과학적탐구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창의영재성캠프 대상자는 창의연구 설계, 인성, 리더쉽 활동, 창의지성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대구과학고도 전체 전형을 4단계로 구성했다. 종전 거경전형과 궁리전형의 3단계에 해당됐던 과학창의성 캠프와 소집면접을 각각 올해 전형에선 3·4단계에 포함시켜 선발단계를 세분화했다. 과학창의성캠프는 1박 2일동안 과학적 탐구 능력, 창의성, 잠재력, 인성적 특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소집 면접에선 3단계 통과자 중 추가합격생을 포함해 3단계와 동일한 인원을 최종 확정한다. 입학 후 학업 가능성과 진학 의지 등에 대한 평가가 주된 전형요소다.

 모든 영재학교 입시전형이 1단계 서류전형, 2단계 선발시험, 3단계 캠프 형식 순서로 통일된 것도 올해 달라진 점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경기과학고와 대구 과학고가 면접 위주의 입학사정관전형을 폐지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도 올해 입시에서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를 신설했다. 종전 1단계 서류평가→2단계 영재성 다면평가를 실시하던 방식에서, 1단계 서류평가→2단계 창의적문제해결력 평가→3단계 영재성 다면평가로 다른 영재학교와 전형방식을 통일했다. 3단계 영재성 다면평가엔 창의인성캠프와 면접이 포함된다.

 서울과학고는 4월 중에 입학전형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과학영재성전형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이분화할 계획이다. 과학영재성전형은 모집정원의 70%(84명)를 선발하며 지난해와 유사한 3단계(서류전형→선발시험→과학캠프)로 이뤄질 예정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입학담당관 활동을 통한 선발로 5월부터 8월까지 모집정원의 30%(36명)를 선발할 계획이다.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가 중요한 평가자료다. 영재성 입증자료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CNI수학원 김형준 연구원은 “학교별로 인재상 비전에 맞는 자기소개서 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인 선정도 중요하므로 추천서가 2부일 경우 지원자의 다양한 장점을 부각해줄 수 있는 2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영재학교는 서류전형 대신 선발시험 비중을 강화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차 서류전형에서 1000명 내외로 선발하기 위해 지난해 400명을 선발할 때 보다 서류 비중을 대폭 낮췄다. 1단계에서 선발된 1000명을 대상으로, 신설한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서 성적우수자들 중 30명 이내의 우선선발을 포함해 150명 이내를 선발한다. 단답형 대신 정답이 없는 서술형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경기과학고도 1단계 서류전형 통과인원을 지난해 800명에서 올해 1000명 이내로 확대했다. 2단계 지필평가는 지난해 기초수학능력평가와 창의적문제해결력평가로 구분했던 방식에서, 올해는 기초영재성평가로 일원화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에 대한 잠재성과 영재성을 평가하며 300명 이내를 선발한다. 객관식·단답형·서술형 문제 등을 출제한다. CMS에듀케이션 김희재 이사는 “시험 난이도는 지난해 영재성 다면평가에서 실시된 수학·과학 종합창의력평가 문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 있는 창의적인 문제도 출제될 것으로 보이므로 원리를 파악하는 심화학습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3단계 캠프에서는 중등 교과 개념의 이해수준과 수학적 문제 해결력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된다. 지난해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여러 분야의 자료를 제시한 뒤 ▶공통된 주제를 찾아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 ▶탐구주제를 직접 선정하고 탐구 방법을 서술하는 형태의 문항이 출제됐다. 임 이사는 “이러한 문항들은 정해진 특정 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의 응답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념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리를 설명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재학교 입시에서 탈락한 학생은 이후 지역 단위로 선발하는 과학고나 자사고 등에 지원할 수 있다. 영재학교 입학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지원 가능하며 지역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영재학교간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학교별 전형 일정이 2단계 또는 3단계 전형에서 겹치므로 1단계 전형에서 통과한 이후에는 지원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이투스청솔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는 “2013학년도 입시일정을 보면 경기과학고와 대구과학고의 2단계 시험일정(5월 27일)이 서로 겹치므로 두 학교엔 중복지원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영재학교별로 전형 유형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다양하므로 지원 학교의 전형방법과 출제경향에 맞춰 전략적으로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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