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3대 리그 유치한 강릉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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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5일 오후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와 성남 일화의 경기가 열린 강릉종합경기장. 강릉 금강조기축구회 회원인 최종만(51·포남동)씨는 관중석에서 강원FC를 열렬히 응원했다. 하루 전 최씨는 같은 곳에서 열린 남자실업축구 내셔널리그 강릉시청과 부산교통공사의 경기를 지켜봤다. 26일 저녁에는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개막전 국민체육진흥공단 대 충남일화의 시합도 이곳에서 관람할 계획이다. 축구 매니어인 최씨는 “국내 3대 축구리그를 사흘 연속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100년의 축구 역사를 가진 축구의 고장 강릉에서 올해부터 K-리그, 내셔널리그, WK-리그까지 국내 3대 축구리그가 모두 열린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다. 강릉은 오래전부터 ‘농상전(農商戰)’으로 불리는 고교축구 맞수전으로 유명한 도시다. ‘강릉 더비’로도 불리는 농고와 상고의 경기 때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강릉에서는 강릉시청축구팀이 2003년 내셔널리그에 선을 보였고, 프로축구팀 강원FC가 창단돼 2009년부터 K-리그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강릉은 올해부터 모두 8개 팀이 참여하고 있는 WK-리그 게임 중 일부를 유치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여자축구연맹에서 축구 열기가 뜨거운 강릉에서 대회를 열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경제적인 효과와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유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WK-리그 강릉 경기는 26일 개막전을 비롯해 21경기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야간경기로 열린다. 사정에 따라 올스타전 및 플레이오프전, 챔피언결정전 등도 열릴 수 있다 . WK-리그가 진행됨으로써 강릉에서는 K-리그 15경기, 내셔널리그 13경기 등 3대 리그전만 49경기가 열린다.

 인구 21만여 명의 지방도시인 강릉이 국내 축구 3대 리그를 모두 유치한 데는 강릉의 축구 전통이 밑바탕이 됐다. 한국 축구의 4대 발상지 중 한 곳인 강릉은 100여 년 전 축구가 도입된 뒤 주민들이 논바닥에서 짚으로 만든 공을 차며 축구를 즐겼다고 전해질 정도로 축구 열기가 높았다. 현재도 천연구장 3개, 인조구장 13개 등 16개의 축구장을 갖춘 ‘축구 도시’다.

 강릉시 박명수 스포츠마케팅 담당은 “강원도립대 여자축구팀은 지난달 2012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우승해 강릉 축구의 저력을 과시했다”며 “WK-리그 유치로 매년 20억원 정도의 경제효과가 추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릉=이찬호 기자

◆강릉 더비(경기)=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축구 라이벌 강릉농공고(현 강릉중앙고)와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가 해마다 벌여왔던 축구 정기전. ‘농·상전’으로도 불린다. 강릉 단오와 함께 이 지역 최고의 명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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