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DMZ 방문한 오바마의 대북 경고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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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어제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일정은 남북한 대치의 최전선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전방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주한미군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대통령이 DMZ를 직접 찾은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시각, 평양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을 추모하는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렸다. 20대 후반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공식 애도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독자 행보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 일환으로 김정은은 위성 발사를 빙자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다. 군 정보당국은 이미 미사일 본체가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건설된 새 발사기지로 이동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미 베이징 합의는 휴지조각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미사일 발사를 동결키로 한 북·미 합의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일체의 발사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1874호)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발사 계획의 철회를 북한에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나마 북한에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위성 발사로 포장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한에 가해질 것은 더욱 극심한 고립과 제재뿐이다. 북한 지도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DMZ 방문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읽고, 상황을 오판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모인 53개국 정상의 공통된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