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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민속마을 이야기 ⑧ 내이랑 마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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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내이랑 마을에서 달기 농장을 운영하는 박응선 대표가 갓 재배한 토마토를 자원 봉사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곳의 토마토는 100% 유기농이며 지난달부터 출하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민속마을 이야기 여덟번 째로 아산시 영민면에 위치한 ‘내이랑 마을’을 소개한다. 이곳은 200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체험마을(민속마을)로 지정 받았다. 200여 가구 3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매년 1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주민 대다수가 100% 유기농법으로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고 관광객을 위해 토마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조영민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20일 오전 11시 아산시 영인면 내이랑 마을에 위치한 달기농장. 파란 조끼를 입은 앳된 여성 봉사자 10여 명이 농장 주인 박응선 대표와 토마토를 따고 있었다. 출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작은 토마토를 보고 “와~ 이렇게 조그만 토마토가 다 있네”라며 봉사자들이 신기해하자 박 대표는 “작지만 유기농 토마토라 맛은 일품”이라며 자랑한다. “이 토마토는 얼마에요.” 엄은아(29·여)봉사자가 토마토 가격이 궁금했는지 가격을 물어보자 박 대표는 이내 “아직 출고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비싸요. 일 끝나면 하나씩 맛 보세요.”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내이랑마을과 ‘농촌사랑 1사1촌’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원들이다. 1사1촌 운동은 2003년부터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으로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다. 기업 한 곳과 마을 한 곳이 자매결연을 맺어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및 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시행한다. 기업은 농촌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의 제고를, 마을은 기업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깨끗한 환경을 제공해 지역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얻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내이랑마을 농경유물관.

처음 봉사에 참여한 채슬기(20·여)씨는 “공기 좋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니 상쾌하고 동기들끼리 함께 땀을 흘리니 더욱 친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자주 찾아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 정보화 회관으로 들어가니 몇몇 주민들이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다루고 있었다. “엑셀 작동이 안돼. 업데이트를 해야하나.” 문태성 할아버지가 원하는 문서작업을 할 수 없다고 얘기하자 이 마을의 관리자인 최해숙(46·여)씨가 꼼꼼히 작동법을 알려준다.

 내이랑 마을은 2005년 아산시로부터 ‘정보화마을’로도 지정됐다. 정보화교육을 통해 농민들의 IT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 정보화 회관에는 아산시의 지원으로 12대의 컴퓨터가 마련돼 있다. 마을 주민 중 대다수가 컴퓨터 교육을 받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정보화 회관이 마련되고 주민들은 하나로 뭉치게 됐다. 인터넷에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를 홍보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쇼핑몰에 등록해 판매까지 한다고 한다. 이처럼 내이랑마을은 관광자원 없이도 정보화교육을 활용해 행사를 키우고 높은 수익도 올려 타 농촌에 귀감이 되고 있다.

매년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대보름 행사’는 내이랑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이 행사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홍보하고 주민들간의 화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매년 늘면서 아산시에서 지원하는 지역축제로 발전했다. 인절미 떡매치기, 맷돌 돌리기, 순두부 만들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시루떡·부침개·막걸리 등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한다. 또 전통혼례·달집태우기·강강수월래·국악한마당 등 전통의식 행사와 놀이도 체험 할 수 있다. 박흥순 운영 위원장은 “지난 2월 대보름 행사에는 전국 5000여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렸다”며 “마을 주민들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갖가지 전통놀이를 펼치니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마을사람들의 아이디어로 조성된 ‘내이랑 농촌체험 박물관’도 인기다. 주민들이 집안에서 나뒹굴던 농기구와 옛 소품들을 한데 모아 박물관으로 꾸민 것인데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조해정(38·여)사무장은 “현재 유물전시관에는 300여 점의 옛날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다”며 “값나가는 물건은 없지만 모두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사용했던 것들이라 관광객들이 더 신기해하고 옛 향수를 느끼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박흥순 이장(운영위원장)
“주민 화합으로 일군 테마마을 … 유명 관광지로 발전시킬 것”

빅흥순 이장(사진)은 내이랑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3대째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만큼 마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마을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유명 사이트에 직접 광고를 등록하기도 하고 마을의 대표 축제인 대보름 행사를 키우기 위해 매년 갖가지 아이디어도 내놓는다.

박 이장은 “마을 주민간 화합이 잘된다. 마을이 많이 알려진 이유도 주민모두가 하나가 돼 홍보에 앞장섰기 때문”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이장과의 일문 일답.

-내이랑 마을의 간단한 소개와 자랑을 한다면.

 “원래 우리 마을은 신봉 2리였다. 200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 테마마을로 지정 받으면서 내이랑 마을로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내이랑은 ‘나의 밭’이라는 순수 우리말이다. 우리 마을은 약 300년 전에 형성됐으며 맨 처음 원주 김씨가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그 후에 양주 조씨가 입향해 6대에 걸쳐 살고 있다. 우리 마을의 특징은 유기농법으로 토마토를 짓는 것이다. 주민 80% 이상이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 실적도 좋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약 20년 전 귀농한 주민이 유기농법으로 토마토를 짓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기농법은 맛은 물론 안전하고 신선해 주민들이 유기농법을 직접 배워 토마토를 재배하게 됐다.”

-체험객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체험객들이 오면 토마토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염색하기, 화분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밖에도 연날리기와 쥐불놀이 등 여러가지 전통놀이도 실시하고 있다. 농경유물전시관 관람도 빼 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마을의 ‘대보름 행사’가 시 축제인 만큼 더욱 홍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민들의 의견도 더욱 수렴하겠다. 내이랑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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