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통쾌한 느와르 뮤지컬 '러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쉬〉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데 두가지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그 한가지는 아쉬움이다. 빈약한 무대세트와 조명,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어색한 장면전환.

그렇지만 이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다른 한가지 생각은 '이거 참 재밌기는 하네'하는 통쾌함. 의욕이 앞선 어설픈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쉬는 재밌고 볼 만 하다. 아주 신난다.

〈러쉬〉의 힘은 단연 음악에서 나온다. 무용·영화·뮤지컬·TV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가 이동준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이미 〈은행나무침대〉와 〈초록물고기〉〈쉬리〉〈유령〉 등에서 보여준 이동준의 힘있는 음악이 제 임자를 만났다. 〈난타〉와 〈록햄릿〉에서 확인한 그의 창작력이 〈러쉬〉를 통해 확실한 캐릭터로 살아났다.

마치 록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파워풀한 음악이 두시간 동안 관객들의 귀를 꽉 채운다.

한국 최초의 느와르 뮤지컬을 표방하는 만큼 갱단의 암투·액션·총격전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들을 공연장 무대로 옮겨왔다. 공연의 홍보 문구도 'It's time to shot'이다. 뮤지컬은 밝고 행복하며 희망을 보여준다는 선입견을 보기좋게 뒤집은 작품.

총성·배신·선혈로 뒤덮인 뒷골목 세계의 비정함을 다루는 필름 느와르의 분위기를 그대로 무대위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시도다. 〈난타〉와 이승환 등의 대형 콘서트에서 짜임새있는 공연을 선보인 김기승의 연출력도 〈러쉬〉에 재미를 더한다.

뉴욕 뒷골목 갱스터의 세계. 조직의 명령에 따라 살인을 한 킬러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의 아들은 차마 죽이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직은 목격자를 없애려 나서도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까지 숨지자 분노를 폭발시킨다...

11월 12일까지 호암아트홀 (02)739-7694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