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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서초 송파&] ‘크레이지 셰프’의 천 가지 ‘온리 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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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맛있다고 소문 나면 금세 서울 전역으로, 이어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스타 셰프들이 강남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선보여 반응을 보고, 손님은 TV에서만 보던 스타 셰프의 요리를 맛보는 기회다. 스타 셰프와 그의 요리를 음미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스타 셰프의 맛집’을 시작한다. 첫 회는 창의적인 요리를 내놓으며 ‘크레이지 셰프’라 불리는 최현석 셰프(39)와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강남구 신사동)이다.

송정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먹고 살기 위해 직업으로 요리를 택했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 같이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며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던 터라 최 셰프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뿐 아니다. 그의 요리 곳곳에 묻어있는 이탈리안 향기의 출처가 궁금해 “이탈리아에 얼마나 자주 가냐”고 묻자 “한 번도 간 적 없다”고 한다. ‘천재’라 불리며 창의적인 레시피를 선보인 만큼 외국 유명 요리학교를 나왔을 것이라는 기대도 벗어났다. “저는 위조할 학력도 부풀릴 경력도 없죠. 고졸입니다.” 당당하면서도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셰프, 최현석이었다.

최 셰프의 가족은 요리사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어머니는 한식조리사로 일했고, 형은 지금도 호텔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요리사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본인 의지는 아니었다. “그림 그리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걸로는 밥벌이가 안되잖아요. 형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소개해줬고 그렇게 요리사가 되었죠.” 일도 빨리 배우고 승진도 빨랐지만 여전히 최 셰프에게 요리사는 직업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자극을 준 사람들이 나타났다. 12년간 근무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를 나온 후 그의 요리를 맛본 어느 블로거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그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맛있기는 한데 라쿠치나와 오버랩 된다”고 평가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최 셰프는 “내 색깔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나만의 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 즈음 최 셰프의 오기를 자극한 다른 블로거가 나타났다. 세계 최고 식당을 뽑는 ‘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The World’s 50 Best Restaurant Awards)’의 한국인 투표권자 중 한 명인 미식 블로거가 주인공이다. 그 블로거는 라비올리를 색동으로 만들어서 열대어를 표현한 최 셰프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 최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알아봐준 블로거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내놔야겠다’는 승부욕이 생겼다. 이후 2년간 블로거와 최 셰프의 요리 대결이 펼쳐졌다. 블로거는 1주일에 8번 최 셰프를 찾을 때도 있었다. 2년 뒤 최 셰프에게는 500개가 넘는 레시피가 쌓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크레이지 셰프’라 불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3600여 명이 최 셰프의 팬을 자청하며 활동했다. 당시 팬들은 지금도 최 셰프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엘본 더 테이블’을 찾는다.

“요리는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 공감 얻어야”

최현석의 요리는 그를 말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진은 ‘고추장 아이스크림을 올린 푸아그라’.

요리의 매력에 빠진 최 셰프에게 메뉴를 짜는 것은 재미 그 자체였다. “영감을 얻고 이런 게 필요 없을 만큼 만들자 하면 툭툭 다 나왔죠. 하나도 아니고 전 코스가, 그러다 보니 스스로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최 셰프는 당시를 떠올리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한계에 부닥쳤다. 공부가 필요했다. 다른 요리를 보기 위해, 먹기 위해 이곳 저곳 찾아 다녔다. 무엇이든 요리와 연결했다. TV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요리를 생각했다. 지금은 무엇을 보든 요리와 연관 짓는 게 습관이 됐다.

 그가 요리를 개발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다.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세상에 없는 메뉴를 만들다 보면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탄탄한 기본기는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최 셰프 역시 12년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기본기를 닦으며 사람들과 소통했다. 이것이 최 셰프의 요리가 대중에게 사랑 받는 비결이다.

 그의 요리엔 반전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 육수를 젤리 형태로 만든 냉면이나 모짜렐라 치즈로 두부를 만들어 두부김치로 이름 붙이기도 한다. 그 중에는 차가운 파스타처럼 대중적인 메뉴로 자리 잡은 것도 있다. 최 셰프가 처음 차가운 파스타를 선보인 6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은 탓에 “이상한 요리”란 평가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만들고 있다. 그는 “요리에 저작권이 있는 것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선보인 메뉴를 다른 사람이 더 멋지게 만들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쉬울 때도 있다. 그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음식이 나왔거나 기대 이하일 때. “제 팬의 표현인데, 내가 아껴둔 자전거를 조심스럽게 타고 있는데 사촌 동생이 험하게 탄 기분이다. 그 말이 딱이에요.”

‘최현석 레시피’로 세계 무대 평가 받고 싶어

최 셰프는 메뉴 개발과 요리 외에도 방송 출연과 인터뷰로 분주하다. 요리 관련이 아니라면 인터뷰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반드시 참석하는 곳이 있다.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을 위한 강의다. 최 셰프는 하루 수십 통의 e-메일과 트위터·블로그 쪽지를 받는다. 대부분의 내용은 ‘고졸이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유학도 갈 수 없는데 요리사가 될 수 있을지’를 묻는 것이다. 그런 쪽지를 볼 때마다 최 셰프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는 “나란 존재가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동기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똑바로 살아야 한다, 잘 돼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롤 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최 셰프의 발길을 재촉한다. 그는 “처음에 요리는 직업일 뿐이었지만 이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운명인 요리를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방법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자신만의 창의적인 요리다. “피에르 가니에르가 한국인보다 김치찌개를 더 잘 끓일 수는 없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제가 양식 요리를 하는 만큼 똑같이 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죠.” 최현석의 레시피로 세계 무대에서 평가 받는 것이 그의 꿈이다.

엘본 더 테이블 (ELBON the table)

대형 패션업체와 프랜차이즈 외식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면서 가로수길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가을과 비교해 보면 그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대로변 매장 20% 정도가 반 년 만에 다른 간판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개성 있는 패션숍과 맛집이 가득했던 가로수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곳이 바로 ‘엘본 더 테이블’(www.elbonthetable.com)이다. 어디에서나 맛보는 똑같은 요리가 아니라 이곳에서만 음미할 수 있는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최 셰프는 “꾸준히 사랑 받는 시그니처 메뉴와 함께 오픈 이후 매달 선보이는 새로운 메뉴로 손님이 질리지 않고 레스토랑을 찾게 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엘본 더 테이블은 3년 만에 가로수길의 상징이 되었다. 가로수길 골목골목까지 꿰고 있는 발레 파킹 서비스 종사자들조차 “엘본 더 테이블이 가로수길의 초입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엘본 더 테이블은 2, 3층으로 나뉜다. 2층은 조리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주방과 테이블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주방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셰프 테이블’은 셰프들의 조리 과정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셰프가 직접 메뉴를 설명하기도 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최 셰프의 뜻을 읽을 수 있다. 총 11석으로 사전 예약은 필수다. 3층은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식사를 원하는 손님을 위해 4가지 컨셉트의 룸으로 꾸며졌다. 8인실 3개, 15인실 1개. 문의 02-547-4100

잠자는 숲속의 미녀 (The Sleeping Beauty)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타 셰프의 맛집 최현석 셰프와 ‘엘본 더 테이블’

엘본 더 테이블이 다른 곳과 다른 점? 최현석이다. 그가 직접 제철 식재료로 꾸려 매달 선보이는 메뉴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지난 14일부터는 50세트 한정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를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테이블로 옮긴 것. 최 셰프가 구성한 6가지 메뉴에는 ‘숲속의 미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최 셰프는 “명작의 감동이 조금이나 미각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2인 세트를 주문하면 4월 5일 개막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 티켓 2매와 최현석 셰프의 사인이 담긴 팸플릿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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