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만 폭발 … 손학규 “선대위원장 안 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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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선 당 간판 인사 5명(손학규·문재인·정동영·정세균·이해찬)이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21일까지 식순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출범식에 나와 실제로 인사를 한 이는 정세균·이해찬 고문뿐이었다.

 손 고문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에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전화로 통보하고 경북 지역으로 내려갔다. 당에서 요청한 선대위원장직을 거부하고 선대위 출범식에도 불참한 것이다. 정동영 고문도 마찬가지로 행사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불쾌한 심사를 내비쳤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손학규계나 정동영계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손발이 잘려나가다시피 했다. 특히 손 고문은 측근인 전혜숙 의원의 공천 취소, 김헌태 전 전략기획위원장의 비례대표 후순위 배정 등을 비롯해 생존한 인사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반면 한명숙 대표와 가까운 정세균 고문이나 이해찬 고문 쪽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손 고문이 선대위원장직을 거부한 것은 공천과정에서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주변에선 공천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측근들은 “이런 공천과정과 결과물을 들고서 어떻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겠느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만들어낸 사람이 손 고문인데 공천과정에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당초 한 대표와 손학규·문재인 고문 등 대선 주자급 당내 인사를 공동선대위원장에 포진시켜 붐을 일으키겠다는 게 민주통합당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손 고문의 거부로 선대위는 한명숙 대표 1인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한 상태에서 발족했다. 처음의 구상과는 비교할 수 없이 왜소해진 것이다.

 손 고문의 마음을 돌리느라 민주통합당은 ‘특별선대위원장’이란 초유의 명칭까지 동원했다. 손학규·문재인·정동영 고문 등을 특별선대위원장에 위촉한 것이다. 그러나 손 고문 측은 “(특별선대위원장 위촉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아무 직책 없이 자신을 원하는 후보들의 지역에 유세지원을 다니겠다는 입장이다.

 손 고문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공천과정에 간여해온 박영선 최고위원도 이번 공천을 “실패한 공천”으로 규정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천과정에서 자기성찰과 혁신이 부족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선대위는 사실상 반쪽짜리로 출범하고, 당 지도부에선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공천 후폭풍이 거센 하루였다.

 박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선 “원칙이 사람을 뽑은 게 아니라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해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유종일 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유재만 변호사가 공천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두 사람은 모두 박 최고위원이 앞장서 영입한 인사들이다.

 두 사람뿐 아니라 한 대표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다시피 인재 영입에 나섰다가 복잡한 당내 역학구도에 따라 하루아침에 영입이 없던 일이 돼버려 ‘정치 신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은 한 대표의 강력한 영입 요청에 따라 고심 끝에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나중에 한 대표는 입장을 바꿨다. 대신 진보 성향 사회단체 인사들이나 당료, 당직자들이 대거 당선권에 진입했다. 당 일각에선 “중도층 공략은 아예 포기하는 거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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