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컷 런스 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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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젊음의 군상들. 그들에겐 탈출구가 없다. 1990년대 후반,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들은 인상적이었다.

대니 보일의 '트레인 스포팅' 이나 유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그리고 프루 첸의 '메이드 인 홍콩' 이 그랬다.

재미교포 2세 이재한 감독의 '컷 런스 딥'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많은 한국계 아이들을 보았고, 그들의 다수가 세상에 대한 분노로 깡패가 돼 망가졌다" 고 말한다.

'컷 런스 딥' 은 한국계 젊은이들의 울분과 상처를 녹여낸 영화로 소수계로서 겪는 방황과 분노가 새삼 짜릿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중국집 배달원 벤(알렉스 매닝) . 그는 한국인 갱단의 보스 JD(데이빗 맥기니스) 에 매료돼 그를 따른다.

갱단의 일상은 폭력과 섹스와 마약. 그 곳에 익숙해질 무렵 매춘부 미나와 사랑에 빠지며 그는 점점 나락의 길로 접어든다.

뉴욕에서 촬영하고 스태프들 역시 현지인들로 구성한 이 영화는 97년 제작에 착수했지만 IMF로 제작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는 바람에 개봉이 늦어졌다.

무용가 안은미씨가 JD의 어머니로 출연해 작두타기를 선보이고 음악은 정원영.강기영씨가 맡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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