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 증시 전망] 주가 상승분위기 조성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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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은 앨 고어 부통령과 조시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중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며 주가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분석가들은 대선 후 미국 증권시장의 향방에 대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고 주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대선 후 주가는 상승세를 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가 하락을 부채질 할 수 있는 변수도 많다. 대표적인 것들은 중동사태 악화와 그에 따른 유가 재상승 가능성, 미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수익전망, 달러화 강세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선 이후의 주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고어 후보가 승리할 경우 그간의 민주당 정부 아래서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이 기록됐기 때문에, 부시 후보가 이길 경우 기업에 우호적인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라도 주가 상승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약간 다른 양상의 시장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고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채권시장이 상승세를 타게 되는 반면 부시 후보가 이기면 주식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어 후보는 재정흑자분을 우선 나라빚을 갚는데 사용할 계획을 천명했기 때문에 채권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반면 부시 후보는 기업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산업은 고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즉각적으로 주가가 빠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회사와 의료보험회사, 제약회사들은 고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즉각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약산업은 고어 후보가 약품가격을 통제할 가능성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어 후보는 또 당선될 경우 현 클린턴 대통령 정부와 마찬가지로 담배에 대한 전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돼 담배회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들 산업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도 마찬가지다.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업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보장되고 간섭이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부시나 고어 후보 모두 방위지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돼 방위산업 부문은 어느 후보가 되든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부시 후보가 되는 것이 방위산업 주가를 올리는데는 더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첨단기술 부문은 양 후보가 모두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의 재정정책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향후 10년간 1조3천억달러 상당의 세금을 삭감하겠다는 부시 후보의 계획은 경제에 활력을 주면서 주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궁극적으로 주가의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중저소득층의 세금을 5천억달러 감면햐려는 고어 후보의 정책이 주식시장에는 더 좋은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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