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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서울과 2012년 서울, 달라진 게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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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12년 문예중앙(중앙북스) 신인문학상 수상작이 가려졌다. 시 부문은 김해준의 ‘한 뼘의 해안선’, 소설 부문은 박사랑의 ‘이야기 속으로’에 각각 돌아갔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은 그간 문태준·신경숙·김민정·권혁웅 등 뛰어난 시인·소설가를 배출해왔다. 2005년 ‘문예중앙’ 휴간과 더불어 잠시 폐지됐다가 7년 만에 수상자를 냈다.

이것은 소설일까.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뜻빛깔이 있다.

그 하나는 ‘소설이란 장르가 포괄할 수 없는 이야기’란 뜻이고, 그 둘은 ‘소설의 가능성을 넓힌 이야기’란 뜻이다. 제28회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이야기 속으로’는 저 두 가지 빛깔 사이에서 흔들린다.

 수상자 박사랑(28·사진) 작가는 대놓고 다른 이의 작품에 기대어 소설을 전개한다. 물경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다.

누구나 알 만한 우리 시대의 고전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대체 새로운 작품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입증했기에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박사랑”을 외쳤다.

 사실 이 소설은 ‘서울, 1964년 겨울’의 대사와 플롯을 상당 부분 끌어왔다.

예컨대 실패한 작가 축에 속하는 ‘나’는 홀로 술을 마시다가 주변의 대화를 엿듣고는 깜짝 놀란다. 사내들이 ‘서울, 1964년 겨울’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사내들을 따라 나서고, 익숙한 ‘서울, 1964년 겨울’의 이야기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박사랑의 ‘나’와 김승옥의 ‘사내’들이 뒤섞이면서 소설은 1964년 서울과 2012년 서울의 억압된 현실이 다를 바 없다는 문제의식에 이른다.

박씨는 “명작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책 속에 들어가 그 안에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는 아홉 살 때 이미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학창 시절 문학 특기자로 뽑혀 국문과(이화여대)에 진학했다.

말하자면 일평생 작가를 향해 달려온 셈인데, 이제서야 그 숙원을 이뤘다. “죽기 전까지 꾸준히 읽히는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믿어도 좋을 만큼,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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