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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씨 EBS 새프로 MC맡아

중앙일보

입력

"여성주의자냐구요? 아니요. 친(親) 여성주의잡니다."

EBS가 지난달 신설한 '삼색토크 여자' (금 밤 9시) 를 진행하는 배철수씨(47) 의 말이다.

구세대에게는 송골매의 멤버로, 신세대 팝매니어에게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DJ로 널리 알려진 그가 TV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7년만. '7년만의 TV외출' 이 음악프로가 아닌 여성문제 토크쇼라니. 수상하게 쳐다보는 기자의 시선이 그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젊어서 음악 들을 때부터 그랬어요. 자유로운 게 좋아요. 히피들이 그렇잖아요. " 자연히 무슨무슨 '주의자' 도 싫고, 여성에 대한 억압도 싫단 얘기다.

그를 만난 곳은 각각 결혼식과 악녀를 주제로 2회분을 한꺼번에 녹화하는 현장. 신랑신부 입장에서 폐백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스트레스 받는 부분을 패널들과 조목조목 지적하고, 새로운 결혼식의 대안을 논의하다가 마이크 문제로 NG가 났다.

"아, 이러면 안되는 데…. 이거 한창 고소한 얘긴데" 하는 혼잣말이 들린다.

작가가 써준 대본만이 아니라 실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나누면서 토크를 즐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토크가 즐겁기는 패널들도 마찬가지. '삼색토크 여자' 에는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씨, 웹진 '아줌마' 편집장 이숙경씨, 방송인 이지희씨가 고정패널로 출연한다.

여성문제를 둘러싸고 흔히 빚어지는 '남자 대 여자' 의 어설픈 대결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라면 무조건 '가해자' 인양 주눅들고, 여자라면 한풀이하듯 핏대를 올리는 일 없이 주제마다 '자기 얘기' 와 새로운 제안을 너나없이 내놓는다.

연예인들의 개인기 대결장이나 출연작 홍보 시간이 돼버린 다른 지상파 토크쇼와도 사뭇 다른 풍경이다.

공동연출자 정성욱PD는 "여성단체에서는 호주제나 군필자 가산점 같은 첨예한 이슈를 다뤄보라는 의견도 많다" 면서 "일단은 부드러운 주제, 남녀 모두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고 설명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배씨에게 "진행을 즐기는 것 같다" 고 말을 건네자 "저 자신이 즐겁지 않고서야 시청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느냐" 는 반문이 돌아온다. 10년째 진행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도 마찬가지.

하지만 단지 '내가 좋아하기 때문' 만은 아니다.

국내가요가 대중음악시장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 대해 그는 "팝음악은 더이상 미국의 대중음악이 아니라 전세계 젊은이들의 문화" 라면서 "그런 젊은이들과 무역도 하고 외교도 하려면 그 음악을 알아야만 하는 것 아니냐" 고 말한다.

짧은 말 속에 나름의 단단한 소신이 비친다.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여성들을 가정에 묶어두는 게 남자들에게도 오히려 부담이 된다" 고 잘라말한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집안에서 몇가지 요리.청소 외에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적어도 부인에게 왜 이런저런 것 안해놨냐고 말해본 적은 없단다.

무대밖에서 내내 무뚝뚝했던 그의 표정은 이어지는 녹화를 위해 20대 젊은이들의 요란한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서는 동안 초등학생같은 쑥스러운 웃음으로 바뀌었다.

제작진은 "신설프로그램이지만, '배철수 아저씨가 진행한다' 는 입소문이 나면서 방청석이 꽉 찬다" 고 귀뜸했다.

사전에 녹음한 자신의 프로그램 소갯말이 흘러나오자 그가 말한다.

"여러분, 제가 정말 저렇게 '해-해-해' 하고 웃나요?" 그러고보니 그의 독특한 말투는 TV오락프로그램 출연진의 단골 성대모사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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