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노인에게 연금 주고…" 멍든 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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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I파크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각각 961명, 192명 산다. 이들 중 각각 54명, 13명이 매달 9만1200~14만59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는다. 두 곳은 부자가 많이 사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 공약으로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2016년부터 90%까지 확대하고, 이듬해에는 금액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면 두 아파트의 노인 대부분이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2017년에는 올해보다 9조2000억원 더 든다. 급속한 고령화로 2030년에는 20조원, 2050년에는 160조원이 더 들어간다(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 추계). 박 교수는 “향후 5년만 돈이 더 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식 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총선 민심 얻기용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할 게 뻔한데도 득표를 위해 포장부터 한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무상보육에 대응하려 내세운 ‘0~5세 양육수당’ 공약도 보육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만 2조원이 더 들어간다. 한국보육진흥원 박숙자 원장은 “양육수당은 가정 양육을 유도하기 위해 0~2세한테 지급하는 게 맞지만 3~5세로 확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3~5세는 사회성을 키우고 생활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야 성장발달에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이 주도해 0~2세 무상보육(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민주당과 불쑥 합의하더니 또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90%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면 모든 노인이 대상인 기초연금과 다를 바 없다.

2007년 연금개혁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하자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의 전신)은 “기초연금은 스웨덴도 폐지한 제도”라며 한나라당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노인세대 빈곤 해결이 급하다. 재정이 문제가 되면 나중에 줄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입원진료비 90% 보장 ▶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폐지 ▶대기업 청년고용 3% 의무제 ▶대기업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전환 ▶사병 월급 두 배로 인상 또는 630만원 사회복귀지원금 지급 등도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정당은 영상촬영 수가 합리화, 부분 틀니 건보 적용, 3~4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정책을 공약에 끼워 넣었다.

◆기초연금=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 2007년 한나라당이 도입을 요구하며 국민연금 개혁을 반대하자 열린우리당이 설득해 70% 노인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으로 바꿨다.

◆양육수당=집에서 키우는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소득 하위 15% 가정의 0~2세 아동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한다. 어린이집 아동 지원금이 보육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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