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광고…무슨 내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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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U enlargement ad` 유튜브 영상캡처

'차별 없는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제작한 광고가 '오히려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퇴출됐다.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EU는 지난 6일 인터넷상에 'EU 확대 광고(EU enlargement ad)'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속적인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만든 이 광고는 12만7000유로(약 1억9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었다. 그러나 광고가 공개된 후 "인종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지난 12일 이 광고는 EU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광고는 어두운 역 안을 걸어가는 노란 그림자로 시작한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의 여주인공처럼 노란 트랙수트를 입은 백인 여성. 갑자기 한 아시아계 남성이 권법을 구사하며 그녀 앞에 나타나고, 두 사람은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이 때 뒤에서 터번을 두른 아랍계 남자가 등장하고, 이어 격투기 복장을 한 흑인남성도 싸움에 뛰어든다. 세 명의 남자와 대치하던 여자는 기합을 넣으며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 이 남성 3명을 에워싸고, 남자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자리에 앉는다. 동영상의 마지막에는 여성의 분신들이 12개의 별로 이뤄진 EU 깃발로 변하면서 "더 많을 수록 강해진다(the more we are, the stronger we are)"라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인종차별을 막겠다는 광고가 오히려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기 시작했다. 백인 여성이 아시아계, 아랍계, 흑인 남성들을 제압한다는 결론이 유색인종들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 교육·지원단체인 '인종차별에 레드카드를(Show Racism The Red Card)'은 "만약 EU가 서로 다른 인종이 함께 하자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면 다른 접근법을 써야 했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16~24세의 게임 세대에 어필하려는 목적으로, 액션 영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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