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금융 탐욕 … 사람 아닌 제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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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로버트 실러(66·사진)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금융 이론가이면서 비판자다. 그는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했다. 그는 그동안 『이상 과열』 『버블 경제학』 등 시장의 비이성적 모습을 분석·비판한 책을 내놓았다.

 또 실러 교수는 거품 열기에 취했을 때 미 주택시장 붕괴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학자로 꼽히기도 하는 이유다. 요즘 반(反) 월가(금융)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 골드먼삭스 간부가 뉴욕 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고객을 등치는 관행과 행태를 고발하면서부터다. 이런 와중에 실러 교수가 ‘월가를 위한 변명’으로 비칠 만한 책을 내놓았다. 『금융과 좋은 사회(Finance and the Good Society)』다.

 실러 교수는 책에서 “우리 사회의 부, 특히 금융가의 부가 절대다수의 사람을 경제적으로 공격하고 지배하기 위해 사악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부추기는 것으로 많은 사람은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환상(착각)”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장기인 통념에 대한 비판이다.

실러 교수는 “금융자본주의는 자연과 같다”고 했다. “금융이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악함도 낳기 때문”이어서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금융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우리는 첨단 정보기술(IT)에 쉽게 경탄한다”며 “하지만 뛰어난 제도(Institution)가 IT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가 말한 제도는 법규·문화·통념·관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평소 그가 제도를 강조해 ‘금융제도(Financial Institution) 설계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금융 엔지니어는 수익을 겨냥한 투자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구성품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라고 주장하곤 했다. 새 책에서도 실러 교수는 금융 엔지니어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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