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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검색하듯 병원도 검색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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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접 가본 사람들이 매긴 점수와 간단한 평가를 보고 맛집에 가듯 병원도 그렇게 검색해서 갈 순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벤처 창업가가 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티켓몬스터의 성공에 자극받아 벤처에 투신한 ‘티몬둥이’들이다. 2010년 시작된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미국의 리빙소셜에 인수되며 화제를 낳은 벤처기업이다.

 굿닥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굿닥은 티켓몬스터 신현성(27) 대표가 투자한 벤처인큐베이팅업체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출범과 동시에 실시한 벤처 CEO 오디션에서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임진석(29) 대표가 굿닥의 중심에 서 있다.

 포털업체 다음에서 8년간 일하며 검색 관련 업무를 해온 임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도전했다. 펜션 검색 애플리케이션(앱) 레스티가 그의 작품이다. 8개월여간 일에만 매달렸지만 ‘지속성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기획에서 개발·영업·마케팅까지 할 일은 많았고 일손은 늘 달렸다.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레스티 창업 멤버들과 팀을 이뤄 CEO 오디션에 도전한 건 그래서였다.

 최종 선발된 후 패스트트랙아시아 운영진과 토론을 벌인 끝에 병원 검색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존의 병원 검색 서비스가 병원 측의 광고로 인해 신뢰성이 떨어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서비스인 미국의 작닥(zocdoc)이 성공한 것도 자극이 됐다. 2007년 시작된 작닥의 기업 가치는 7억 달러(약 790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굿닥의 경쟁상대인 오마이닥터 김진욱(29) 대표는 티켓몬스터 공동 창업자 김동현(27) 이사의 친형이다. KAIST 전기전자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동생이 벤처의 길로 들어서면서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자신이라도 안정된 길을 가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치의학을 공부할수록 벤처에 대한 꿈은 또렷해졌다. 형의 고민에 동생이 팔을 걷어붙였다. 티켓몬스터 개발에 관여했던 개발자가 오마이닥터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동생 김 이사 덕분이다. 동생의 응원에 의사고시까지 합격한 형은 미련 없이 벤처를 선택했다.

 창업 아이템은 경험에서 나왔다. 지난해 실습 과정에서 동네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어 간단한 질환으로 대학병원까지 찾아오는 환자들을 수없이 봤던 것이다. 개업한 선배 의사들도 “광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환자를 끌어모을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대표 모두 서로가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인 사업 전략이나 향후 계획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비대칭 현상이 극심한 의료 서비스 시장을 바꿔보고 싶다”는 뜻만큼은 같이하고 있다. 동네병원 의료진은 대학병원 의료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구체적인 경력을 알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 안 써도 될 돈을 쓴다. 환자가 안 오니 의사는 의사대로 광고비 부담이 커진다. 광고 때문에 병원 검색은 믿을 수 없어지고 환자는 더욱 큰 병원으로 쏠린다. 통합 검색이 아닌 전문화된 버티컬 검색으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5월이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다.

버티컬 검색

일반 검색보다 전문화된 검색. 맛집이나 펜션같이 특정 카테고리의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원하는 정보만 찾고자 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버티컬 검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검색시장이 포화된 것도 원인이다. 후발 주자들이 버티컬 검색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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