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확 바꾸자] 6. 잔디구장 확충 '발등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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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단순히 기술적인 면만 발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나 예산, 행정 등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단골로 나왔던 잔디구장은 어떻게 해결할까. 지난 8월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를 치렀던 남해군의 사례를 참작하면 하나의 해결책이 나온다. 남해군은 3년 전부터 한국형 사철잔디를 심어 11면의 잔디구장을 조성했다.

그냥 잔디씨를 파종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조성 비용도 싸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약 2천만원이면 잔디구장 한면을 만들 수 있다. 관심만 가지면 일개 군에서도 대규모의 잔디구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물론 뗏장을 입히는 한국 잔디보다 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잔디구장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 축구부가 있는 학교만이라도 잔디구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공설운동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한국에 잔디구장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50개의 공설운동장이 잔디구장이다.

그러나 공설운동장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잔디가 망가진다' 는 이유로 특별한 자체 행사 아니면 개방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와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를 설득하거나 지원책을 구상해 공설운동장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가 예산이다. 돈많은 회장이나 독지가의 도움은 한시적이다.

체계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추진중인 축구복표가 훌륭한 해결책이다. 프랑스는 축구복표 수익의 40%를 유소년 축구발전 기금으로 쓴다.

한국은 축구복표 수익금을 월드컵 경기장 건설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지만 점차 유소년 축구기금으로 전용해야 한다.

나눠먹기는 절대 안된다. 축구복표 수익금은 유소년 클럽 지원금과 지도자 양성기금, 그리고 잔디구장 조성 등에 사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행정 책임기관인 축구협회가 보다 능률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무국 위주의 행정으로 바꾸고 공채 직원을 늘려야 한다. 직원 공채는 능력있고 열정있는 직원의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협회의 주요 보직은 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계열사 직원들로 채워졌다.

회장이 바뀌면 주요 보직자들도 바뀐다. 국제적 감각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 직원이 축구협회의 주요 보직을 맡을 때 비로소 축구협회도 세계화한 협회로 발돋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2002년 월드컵 이후에 대비한 프로팀의 신설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경기장을 짓고 있는 월드컵 개최도시 10개 중 현재 프로팀이 없는 도시가 절반인 5개(서울.인천.대구.광주.서귀포)나 된다.

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팀이 생겨야 월드컵 이후 축구 열기를 지속할 수 있고 경기장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지도자 양성이나 선수 수급을 위해서라도 월드컵 개최도시의 프로팀 보유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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