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바로 보자] 돌파구는 산업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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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마다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화두에 매달리고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데도 등한시해온 산업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찾아 실행계획을 짜고 실천할 때다.

송병락 서울대 부총장(경제학)은 "구조조정은 과정일 뿐이며 결국 심각하게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은 산업경쟁력" 이라고 강조했다.

◇ 대표 산업을 키워야=일류 제품의 각축장인 미국과 일본 시장의 한국 제품 비중은 최근 10년새 뒷걸음질쳤다.

경제를 이끄는 산업도 속을 보면 취약하다. 반도체는 양적으로 세계 3위지만 메모리 중심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는 선진국에 뒤져 있다.

정보 통신이 뜬다지만 기술력이 낮아 값비싼 로열티를 물고 있고, 자동차는 기아.쌍용.삼성.대우의 잇따른 실패로 안방까지 해외 거대기업에 내줘야 할 상황이다.

조선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지만 '일본은 비싼 배, 한국은 싼 배' 라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까지 금맥을 일궜던 섬유.신발은 불황에 허덕이고, 나라의 혈맥인 금융은 동맥경화증에 걸린 지 오래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 효자 업종이라는 반도체.자동차.철강 등도 핵심 장비나 재료.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커 생각보다 남는 게 없다" 며 "양적 규모보다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 미래 유망산업을 발굴해야=전문가들은 ▶전통산업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을 꾀하고▶생명과학.광통신.초전도 등 미래 유망 산업을 키우고▶산업의 에너지 고비용 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원은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 중 하나는 심각한 산업편중 현상에 있다" 고 진단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무역수지와 성장률이 움직이는 경제편중 현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연간 25조원의 생산에 2백3억달러를 수출했고, 올해도 2백35억달러(전체 수출의 14.1%)의 수출이 예상되는 등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은 "전통산업.정보통신기술.바이오기술 등 세 축을 같이 끌고 가야 한다" 며 "바이오산업은 특히 10년을 내다보고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다.

이금용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옥션 대표)은 "아이디어와 순발력을 중시하는 벤처정신과 대기업의 자금.조직.마케팅력이 만나기 쉽도록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외환위기를 겪은 핀란드.영국의 경우 산업구조를 소프트웨어.통신 등 지식기반 업종으로 발빠르게 전환해 회복에 성공했다" 고 지적했다'

◇ 산업 체질을 바꿔야=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센터장은 "한보.기아 처리가 늦춰져 외환위기를 맞았듯 경제에 새 살이 돋으려면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래야 돈이 우량기업으로 배분되고 우량 기업은 새로운 투자로 경제 활력을 키우는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화 구조조정본부 이명섭 이사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기업 스스로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금융 선진화.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 등 기업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산업경쟁력 제고는 요원하다" 고 지적했다.

조동성 서울대 국제지역원장은 "70년대까지는 정부가, 80년대 중반 이후엔 기업가가 한국 경제를 주도했다면 이제 전문경영인을 비롯한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전문가 집단이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효성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가는 자기밖에 믿을 데가 없다는 자립심이 절실하고, 근로자는 우리 경제 실력에 걸맞은 복지와 임금을 요구하는 자제력이 필요할 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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