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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제대로 하면 단원 중 20명도 못 살아남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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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호 04면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함신익(사진) 지휘자가 음악적 깊이는 없고 외형과 포장에 치중한다고 주장한다. 학·경력 위조 논란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KBS는 “조사 결과 학력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14일 함씨의 주장을 들어봤다.

함신익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인터뷰

-왜 공연을 취소했나.
“3월 연주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와 버르토크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앞의 두 개는 사이즈가 크다. 우리 단원만으로 소화할 수 없어 객원 단원을 써야 했다. 그런데 회사 지시에 따라 오디션을 받았던 단원들에게 다른 단원들이 욕설을 퍼붓고 물을 끼얹었다. 객원 연주자들은 왕따를 당했다. 연주를 못하겠다고 돌아가 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연주는 불가능했고 차라리 중단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고 봤다.”

-단원들이 왜 객원 연주자를 왕따시키나.
“객원 연주자는 원래 악단에서 책임졌는데 데려올 때 프로필도 모르고 오디션도 안 보더라. 내가 책임자니 누굴 데려왔는지는 알아야 했다. 당신들이 데려오는 건 좋지만 내가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더니 단원들이 ‘그럼 니네(회사와 지휘자)가 다해라’고 하더라. 내가 객원을 불러오면 왕따시켜 돌려 보냈다.”

-어쩌다 감정이 그렇게까지 악화됐나.
“KBS가 외부 출강에 대한 감사를 했는데 10명 이상이 규정을 위반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에 플루트 수석이 징계를 먹고 단원으로 강등됐다. 10월 연주회 때 그 자리를 메우려고 내가 연주자를 데려왔는데 하루 반나절 있다가 울며 돌아갔다. 다음날 플루트 연주자 서울대 윤혜리 교수를 모셔 왔더니 ‘못하겠다’고 가더라. 2월에 데려왔던 연주자는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그 사람 부모가 KBS 국장에게 ‘우리 딸이 음악을 접고 싶다는데 당신들 고소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런 집단이 어디 있나. 플루트 수석은 아직도 공석이다.”

-오디션을 받으라고 요구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KBS의 감사는 나와 상관없다. 나는 인사위원회 멤버 6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원들은 내가 조종한다고 본다. KBS는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나에게 오디션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KBS와 악단 노조가 오디션 방법을 정했는데 그게 기막히다. 조별로 한꺼번에 하고, 특수악기를 제외한 최소 단위는 4명이고, 점수의 적용은 추후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한다는 것이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실력 없다고 해고할 수도 없다. 미흡이 세 번이면 인사위에 회부하는 게 전부다. 심사위원도 나 외에 외부에서 2명 모셔왔다. 상황이 이런 데도 단원들은 KBS를 상대로 싸우기 힘드니 나를 공격하고 있다.”

-오디션을 왜 굳이 하려 하나.
“경쟁력이 필요하다. 우리 단원들 중 정상적인 오디션을 하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일부 솔로 악기를 제외하면 상당히 회의적이다.”

-단원들이 실력이 없어서 오디션을 거부한다는 뜻인가.
“그런 점도 있다. 없던 걸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도 있을 게다. 오디션 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단원들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 누가 이걸 하고 싶나. 노사가 합의해 특별한 후속 조치도 할 수 없는데. 외국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순간 프로가 된다. 우리는 별로 아니다. KBS 교향악단 단원들은 꽤 오래 계신 분들이 많다. 솔로로 모실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지휘자를 비난하기 전에 본인들의 개인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당신 기준으로 평가하면 오디션에 합격할 사람은 몇이나 된다고 보나.
“기준이 문제지만 KBS의 100억원 예산을 고려하고, 미국·유럽의 B 플러스급이 기준이라면 어림잡아 15명 정도다. 20명은 안 넘을 것 같다.”

-KBS 교향악단은 경쟁력이 없다는 건가.
“운영 자체가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 어떤 연주에 3명이 필요하면 외국 오케스트라는 3명으로 한다. KBS는 4명을 쓰고 그것도 전·후반부 돌아가며 한다. 가령 타악기 파트라면 선진국에서 한 사람이 큰 북을 쳤다가 마림바를 쳤다가 하는데 우리는 임시직을 써서 4명, 5명으로 늘린다. 운영부서인 행정에서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 객원들도 자기들이 데려왔다. 전반부가 베토벤 교향곡이고 후반부가 멘델스존이면 플루트, 오보, 바순에 2명씩이 필요하다. 우리 단원이 2명이면 2명을 밖에서 데려와 돌린다. KBS만의 사운드가 나오려면 목·금관에 수석, 부수석이 함께 앉아 만들어야 하는데 전반부와 후반부 인원이 교체돼 다르게 나오니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른다. 외국엔 없는 일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오케스트라고 한 푼이라도 아껴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KBS 교향악단은 누가 주인인지 모르는 오케스트라다.”

-단원들은 국내에서 공연 수가 가장 많다고 하던데.
“미국의 100억원 규모 오케스트라라면 꼭 필요한 때만 객원을 쓴다. 그러면서도 단원 수는 60~70명 수준이다. 연주 횟수가 한 달에 10회를 넘는다. 뉴욕필이 2월에 유럽 갔는데 19일간 17회 연주했다. 우린 그러면 큰일 난다. 일주일 투어에 이틀 연주하고 나머진 쉬어야 한다. 1월에 사실상 신년음악회를 한 번 했다. 2월에 소규모 앙상블을 했다. 지금쯤이면 2014년 연주 일정이 나와야 한다. 외국은 모두 토요일 연주다. 우리는 주말 연주가 없다. 내가 한동안 얼굴 못 본 단원도 많다. 지난해에 25명이 388시간의 병가를 냈다더라. 중장기 계획, 전문 연주홀과 연습실, 전문 매니지먼트도 없다. 인센티브도 없다. 이해하기 어렵고,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금 놀자고 돈 주고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한국에는 오케스트라가 20개가 넘는다. 유럽 수준이다. 대전에도 교향악단이 있고 바로 옆 공주에도 있다. 조그만 도시에 창극단, 국악단, 무용단, 오케스트라, 합창당, 어린이 합창단 별개 다 있다. 아예 하나만 키우는 게 어떠냐. 1년에 두 번 연주하는 단체를 풀타임으로 쓰고 있다.”

-대전 시향에서도 갈등이 있었는데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정명훈씨도 시장이 바뀌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리더십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내겐 인사권이 전혀 없다. 잘하는 단원도 데려올 수 없다. 전 세계에서 KBS만 그런 게 안 된다. 그러니 통제가 안 된다. 단원들은 집단으로 소통한다. 해달라고 하고 안 되면 바로 머리띠를 두른다. 내가 현악기 자리를 재배치했는데 단원들이 일방적으로 거부해 8개월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 내가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

-단원들은 교향악단을 이끌 실력이 없다고 하던데.
“예일대가 어떤 곳인데 실력 없으면 어떻게 버티나. 예일대 지휘과 정교수는 나 하나다. 외국 오케스트라를 끊임없이 지휘하고 있고, 재초청받고 음악감독으로 오케스트라에 10년간 계속 있다. 또 나는 20년간 KBS 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했다. 실력이 없으면 그게 가능한가. 내가 오보에 음정을 잡아 주려고 온 게 아니다. 그건 고등학교 밴드에 가면 잡아준다. 프로들에게 ‘도, 레, 미를 이렇게 내’라고 말하는 것은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다. 나는 세계적인 뮤직 매니지먼트 회사인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소속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내 사진이 발레리 게르기예프, 제임스 레바인 옆에 있다. 아래에 세이지 오자와가 있다. 내가 잘 생겨서 거기 놨겠나.”

-KBS 상임 지휘자가 된 건 소망교회와 연결돼 청와대가 지원했다는데.
“나는 소망교회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

-왜 KBS에 발탁됐나.
“대전 시향을 6년 만에 최상급으로 올린 게 평가받았다고 본다. 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내가 92년부터 KBS 객원 지휘자를 20년간 했다. 단원들이 내가 실력이 없다는데 그럼 내가 객원 지휘자 땐 왜 가만있었나. 내가 상임지휘자가 된 지 20개월 지나서 갑자기 실력이 없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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