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서 바둑을 빼다니 … 거리로 나선 기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바둑 사상 처음 거리로 나서 아시안게임 바둑 정식 종목 채택을 외치는 프로기사들과 바둑인들. 앞줄 왼쪽부터 양재호 9단(한국기원 사무총장), 유창혁 9단, 최창원 6단, 조훈현 9단, 김윤영 3단,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조혜연 9단, 안성문 대한바둑협회 전무, 최규병 기사회장. 바둑이 스포츠가 되어 대한체육회에 가맹했으나 ‘바둑=스포츠’란 인식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국기원 제공]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조혜연 9단, 김윤영 3단 등 유명 바둑인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스포츠가 된 바둑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 부문 금메달을 차지했음에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 점에 항의하며 길거리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프로기사가 길거리 집회에 나선 것은 바둑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은 14일 인천시 구월동 로데오 광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인천시가 바둑계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집회는 15일에도 계속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한국팀 감독이었던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금메달 3개를 모두 획득하고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사라지는 것은 억울함을 넘어 비통한 심정”이라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를 열망하는 바둑인들의 뜻이 송영길 인천시장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바둑계는 광저우에 이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에도 주최국 프리미엄도 있는 만큼 바둑이 정식 종목이 될 것이라 믿고 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이미 2년 전인 2010년 5월 정식 종목 발표와 그해 12월의 최종 종목 발표에서 바둑을 제외했다. 광저우 때 주최국 중국은 아랍권과 인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한국기원이 파워 있는 중국과 사전 공조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인천’도 무심했다. 카바디, 세팍타크로, 가라테 등 8개 종목을 새로 채택하면서 바둑은 뺐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지난해부터 ‘종목 채택’에 실질적인 힘을 지녔다는 OCA의 알 사바(Al Sabah·쿠웨이트) 의장을 접촉하는 등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서명운동으로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