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찬 전 국장 자살 파장]

중앙일보

입력

31일 자살한 채로 발견된 금융감독원 장내찬(張來燦.52)전 국장은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인물이었다.

따라서 검찰의 이 사건 진실규명에 일정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발견 당시=張씨는 지난달 23일 집을 나갈 때와 같은 회색 긴 남방과 감색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숙박부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채 투숙했다. 여관 종업원 申모(30)씨는 "張씨가 30일 오후10시쯤 여관 203호에 혼자 투숙한 뒤 이날 오후까지 나가지 않아 문을 열어 보니 화장실 수건걸이에 목을 매 숨져있었다" 고 말했다.

여관방에는 張씨가 가족에게 쓴 2장, 주식매입 경위를 설명한 4장 등 모두 6장 분량의 유서와 금감원 신분증이 남아있었다. 욕실 욕조 바닥에는 張씨가 쓰다만 편지가 버려져 있었다.

◇ 張씨 행적=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사장이 평창정보통신의 주가조작을 위해 설립한 사설펀드에 자신이 1억원을 출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3일 오후부터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張국장은 금융감독원에 걸어온 마지막 전화(25일)를 통해 鄭씨로부터 주식 투자손실분 3억5천9백만원을 보전받은 사실을 시인했었다.

신용관리기금의 총무국장과 관리국장을 역임하며 줄곧 금고업무에 관여해와 대표적인 금고분야 전문가로 통했으나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게 됐다.

張씨는 재무부 주사로 근무하던 1986년 금고.종금사 등의 감독.검사를 책임지고 있는 신용관리기금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월 통합 금융감독원 출범후 경영지도관리국장을 거쳐 7월부터 올 3월까지 비은행검사국장을 맡아 신용금고 퇴출 등 '악역' 을 맡게 됐다. 당시 張씨는 50~60개 부실금고를 퇴출시켜 업계에서는 '저승사자' 로 통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부실금고들은 생존을 위해 張씨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였으며, 동방금고와의 인연도 이때 맺어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張씨는 과거 재무부 주사 시절 부동산 투자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또 금감원 국장급에서도 재력이 상당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張씨는 지난 3월 분쟁조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이근영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인사에서 보직해임됐다.

◇ 검찰 수사 영향=수사관 20여명을 張씨 집 근처에 잠복시켰던 검찰은 張씨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대책회의를 갖고 수사 방향을 재조정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張씨가 금감원 간부들의 비리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니냐" 면서 "금감원 간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신금고 불법대출 혐의에 대한 검사에서 금고의 이수원 당시 전무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춘 혐의를 받고 있던 금감원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張씨의 자살로 어렵게 된 것이다.

금감원 간부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張씨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것으로 알려진 동방금고 유조웅사장마저 미국으로 달아나 사실상 수사가 난관에 부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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