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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퇴출 공포…현금확보 비상

중앙일보

입력

건설업계에 퇴출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동아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단에 이어 현대건설의 1차 부도 소식이 알려진 31일 건설업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비교적 건실한 업체들도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의 여파가 건설업계 전반에 심각하게 몰려올 것을 우려하면서 인원을 감축하거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자구 노력에 나섰다.

◇ 부실 업체 많아=건설업계는 1980년대 말 주택 2백만호 건설 및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등의 특수로 덩치를 부풀린 상황에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97년 79조원이었던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98년 48조원, 99년 51조원으로 급감했다.

해외 신인도가 하락해 해외공사 실적도 10월 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38억6천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 건설업체 수는 97년 3천9백개에서 올 6월 말 5천7백개로 증가했다. 건설회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 판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건설업계의 무더기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1백대 건설업체 중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 상태인 기업은 37개사로 채권단의 '영양주사' 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최근 3년동안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수치)이 1을 넘는 기업은 ㈜삼익과 디에스건설 등 두곳 뿐이다. 나머지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빚이 늘어나고 있다.

◇ 퇴출 공포 확산=재무구조가 탄탄한 S.L건설 등 4~5개 업체를 빼고는 대부분 업체가 퇴출 공포에 휩싸였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최근 영업실적이 조금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긴장하고 있다. 이달 초 아파트를 분양하는 L건설은 동아건설 사태의 파장이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

C건설의 임원은 "상반기 영업실적이 호전됐는데도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이 채 안돼 퇴출 대상에 포함될까봐 걱정" 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최윤호 기획실장은 "건설경기가 나빠 어려움을 겪어온 업체들이 동아.현대건설 사태를 보고 불안해하고 있다" 고 전했다.

◇ 인력 감축.현금 확보로 대응=D건설의 임원은 "건설업체들은 지금 사느냐, 죽느냐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인력을 감축하는 길 뿐" 이라고 강조했다.

97년 6월 2백8만명이던 건설업 종사자 가운데 올 6월까지 43만명이 떠났다. 20개 대형 건설업체가 연말까지 추가 감축할 인원이 4천여명이다.

여기에 중소 건설사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내년 상반기까지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건설협회는 내다봤다.

건설업체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을 앞당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워크아웃 중인 A사는 내년으로 잡았던 아파트 분양을 올해 안에 하기로 했다. 지난달 9백가구를 분양한 B사는 이달 분양 물량을 2천여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자보상배율이나 경영 위험도 등을 감안할 때 퇴출 대상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자금사정이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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