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염색체 분석결과 호모사피엔스 아프리카 기원설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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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 서서히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이른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학설이 남성의 성(性)염색체상의 변이에 관한 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매우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

호모사피엔스의 아프리카 기원 학설은 지난 87년 고대 인류의 화석에서 추출된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를 바탕으로 처음 제기됐다.

이 학설은 호모사피엔스가 15만년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 3만5천년에서 8만9천년전쯤 사이에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 골자다.

30일 발간된 미국의 전문지(誌) 「네이처 지네틱스」11월호에 따르면 미(美) 스탠퍼드대의 피처 언더힐 교수가 주축이 된 8개국 과학자 공동연구팀은 전세계 22개지역을 골라 1천62명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채취, 이들 유전자에서 나타난 조그만 변이에 따라 인류의 유전적 가계도를 그려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67개의 유전자 표지(標識)를 확인해냈다. 이 표지는 성염색체 가운데 남자만이 보유한 Y염색체에 위치하는 대립형질인 특정유전자염기서열을 가리킨다.

이들 표지에 나타난 변이는 놀랍게도 유전자 체취 대상자들의 지리적 분포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 유전자 표지가 수만년에 걸쳐 인류가 이동해간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론됐다.

남성의 유전자 샘플이 채취된 22개 지역 가운데 파키스탄과 인도, 캄보디아, 라오스, 호주, 뉴기니, 말리, 수단, 에티오피아, 일본, 아메리카 대륙 등이 포함돼 있다.

가계도에서 후손들이 잔가지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것 처럼 유전자의 돌연변이샘플은 호모사피엔스가 동부 아프리카에서 중동지역으로, 그리고 남부 및 동남아시아로, 이어 뉴기니와 호주, 그리고 호주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퍼져나갔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특히 현재 수단과 에티오피아, 남부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일부 소수부족들이 해부학적 측면에서 호모사피엔스에 가장 가까운 직계 후손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뉴기니와 호주는 호모사피엔스의 `아프리카 탈출'' 의 초기단계에 정착한 지역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들 지역에 6만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호모사피엔스의 매장지가 발견된 점에서 뒷받침된다.

일본의 경우 주변지역의 거주 인구들과 비교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매우 달라 유전학적으로 고립된 지역이며,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와 동아시아 지역과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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