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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Me는 Plug & Play 대표 OS

중앙일보

입력

''Plug & Pla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용어는 거의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진 신조어이긴 하지만 새 주변기기를 PC의 USB 포트에 연결한 후 몇 시간에 걸친 트러블슈팅을 하지 않고도 윈도우가 제대로 인식해 설치해 주기를 기도해야 했던 PC 사용자들의 경험을 정확히 꼬집은 표현인 듯 싶다.

윈도우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plug and play’를 다시 적용하면 ''load and play''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는 드라이브에 CD-ROM을 넣은 후 OS가 올바르게 CD-ROM을 설치하고, 컴퓨터에 연결된 모든 하드웨어를 인식해 주기를 마냥 기다린다는 뜻이다.

윈도우 밀레니엄 에디션(Windows Millennium Edition; 윈도우 Me)의 경우는 대개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무 답변조차 얻지 못할 때가 많다.

혼합과 조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Me(Windows Me)는 발표되자마자 25만 카피 이상이 판매됐다. ZDNet 편집실의 관점에서 보면 윈도우 Me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윈도우 98 업그레이드 버전이 처음 발표됐을 때보다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과정이 상당히 매끄러워졌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윈도우 Me를 선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새 PC에 윈도우 Me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문제는 그리 쉽지만 않
다.

지난번 윈도우 Me 설치 경험담이 보도된 이후 독자들이 보내온 100여 통의 e-메일 중 상당수는 제품 구매처에서 환불받는 것조차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P&P''에 ‘purchase and pray’라는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제 겨우 윈도우 Me 구입비용 전액을 환불받았다. 윈도우 Me를 설치하는 동안 생긴 수없이 많은 재부팅 때문에 상당히 짜증이 났고, 기존에 깔려있던 소프트웨어도 상당수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오클라호마에 거주하는 스티브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지원부서로부터 들은 답변은 윈도우 Me의 설치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다른 데서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윈도우 98 첫 번째 버전을 재설치해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머지 않아 신제품이 항상 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만텍의 윈팩스(WinFax) 8.0 및 9.0, 홈뷰(Homeview), 미디어플레이어(Media Player), 넷미팅(Netmeeting)과 같은 몇몇 애플리케이션은 윈도우 Me 설치 이후 아예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팩스 기능을 달라

조 벤슨씨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측으로부터 환불을 기다리고 있다. 벤슨씨의 경우 2가지 이유로 기존 OS를 다시 설치했는데 PC 성능이 새로운 OS로 인해 현저하게 저하됐다는 점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팩스 소프트웨어가 삭제된 것이 그것이다.

그는 “윈도우 Me 비용을 환불받을 예정인데 아마도 몇몇 사람들은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내가 환불받고자 하는 이유는 윈도우 95와 98에서 이용할 수 있는 주요 기능이 윈도우 Me를 설치하자마자 제거됐다는 점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팩스 서비스 역시 윈도우 Me를 설치하자마자 사라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조 벤슨씨는 팩스 기능을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제거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사업을 하면서도 팩스 기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벤슨은 “혹시라도 팩스 서비스용 패치나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면 윈도우 Me를 다시 고려해보겠지만 그 전까지는 업그레이드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일부 기능을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제품은 구매하지 말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고할 생각”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 다른 독자는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조차도 시스템 성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경험을 했다고 e-메일을 보내왔다. 파일 액세스와 프로그램 기동시 심각한 성능 저하가 발생했다는 것. 이 사례야말로 시스템 성능에 부하를 가중시키고 시스템 자원을 집어삼키면서도 시각적으로 포장이 잘 된 새로운 OS가 얼마나 일천한 수준으로 설계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마이크로소프트측에 차세대 컴퓨터 하드웨어로 OS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시간 지체 현상을 줄이는데 더 중점을 두라고 제안하고 싶다”는 것이 벤슨씨의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OS는 프로그램이 더 빠르게 실행되고 더 나은 기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포장은 그럴싸한데 실행속도가 떨어진다면 실패작에 불과하다. 윈도우 Me가 화려한 패션쇼 같은 것이라면 윈95나 98을 밀어낼 수 있겠지만 이 두 OS와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98을 선택하겠다”고 단언한다.

윈도우 Me는 더 이상 ''No''

위 사례들은 과학적인 근거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실제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했던 상당수의 독자들은 이미 “‘그 정도는 괜찮아’, 윈도우 Me 구입비용을 환불받고 윈도우 98이나 윈도우 98 두 번째 버전을 다시 설치하지”라는 말을 명배우처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물론 이 글에서는 일부 사례만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윈도우 Me는 일부 향상된 기능에도 불구하고 설치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다른 어떤 윈도우 OS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구매해서 설치할 수 있는 간편한 OS를 출시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과연 ‘사용하기 쉬운 OS, 설치하기 쉬운 OS’ 관점에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휘슬러가 시장에서 치고 나올 때까지 과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혹은 블랙콤? 이도 아니면 영원히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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